이팔성 < 우리증권 사장 pslee@woorisec.com > 노천명은 그의 시 '푸른 오월'에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지칭했다. 그후 사람들은 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나 또한 그러하다. 신록이 제자리를 잡아 여름의 태양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화사한 봄의 전령들을 힘있는 진녹색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5월의 몫으로 봐야 할 것이다. 봄을 알리는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가 다 지고 난 뒤의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싱그러운 잎들이 온갖 나무와 풀에서 돋아나고 노변방초를 이루는 5월은 4월의 화려함보다 건강해서 좋다. 역사에 기록되거나 뚜렷한 족적을 후대에 남기는 것을 만개하는 꽃에 비유한다면 5월의 새잎은 우리 같은 소시민의 삶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민초라는 말로 통용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가정의 달'로도 표현되는 5월엔 그 건강함답게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 날 등이 있어 생활의 악센트이자 활력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각종 기념일들이 서민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색다른 생각을 해봤다. 5월의 특정한 날을 지정해 각종 기념일을 통합하면 어떨까 하고.그것도 둘째주 금요일쯤으로 정해 진실로 가정과 학교를 위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가정의 날이자 학교의 날'로 명명한다면좋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날은 가정과 학교가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싱그러운 계절을 만끽한다면 그 동안 5월을 봉사의 달로 인식해 온 가장들과 이제까지 세간의 오해로부터 벗어나고픈 선생님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좋은 약도 제때 쓰지 못한다면 독이 될 수 있듯이,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위해 존재하는 기념일들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면 적절한 바뀜이 있어야 한다. 찬란히 빛나는 5월의 태양 아래서 가장들과 선생님들의 속내가 편치 않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번의 축제로 모두에게 즐겁고 흥겨운 날이 되는 건강하고 유쾌한 5월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지난 일요일,경복궁에서 솜사탕을 들고 뛰노는 아이를 잔잔히 지켜보는 어느 아비의 속맘을 상상하면서 떠올려 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