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로 본 부동산] 土公 택지분양 다시 '로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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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공사가 택지지구에서 민간기업에 분양하는 공동주택 용지가 다시 '로또'로 전락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분양된 경기 하남 풍산지구 내 아파트부지 청약경쟁률이 최고 1백23 대 1까지 치솟았다.
평균 경쟁률도 78 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분양된 경기 화성 향남지구 내 아파트부지의 평균 청약경쟁률 12 대 1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불과 한달 새 이처럼 청약경쟁률이 치솟은 것은 토공의 원칙없는 청약자격 완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토공은 지난해 인기 택지지구 내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는 등 과열양상을 빚자 올 3월부터 청약자격을 '최근 3년간 시행능력 3백가구 이상인 업체'로 제한했다.
이 기준이 처음 적용된 화성 향남지구의 전체 경쟁률은 덕분에 6.8 대 1로 낮아졌다.
하지만 토공은 지난달 하남 풍산지구 내 공동주택 용지 분양을 앞두고 이 기준을 갑작스럽게 변경했다.
청약자격을 '시행능력 3백가구 또는 토건 면허 혹은 건축면허를 소지한 업체'로 대폭 완화했다.
토공의 기준 완화로 토건면허를 가진 3천92개 업체와 건축면허를 가진 5천3백45개 업체가 다시 청약자격을 얻게 됐다.
풍산지구의 아파트부지가 다시 예전의 '로또'로 전락한 원인이다.
토공 측은 "시행능력으로만 제한하자 시공능력은 있지만 과거 외환위기 당시 경영악화로 시행을 하지 못했던 업체들의 민원이 몰려들어 부득이 기준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토공의 무원칙이야말로 과열경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입찰자격 완화로 일부 업체들이 '유령회사'를 만들어 분양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는 중소형 업체들이 페이퍼컴퍼니나 관계회사를 동원해 당첨률을 높인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런 편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토공이 검증절차도 만들어 놓지 않고 분양자격을 대폭 완화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