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노회찬 '經ㆍ勞 탐색전'] "파이 키워야" vs "분배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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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민주노동당이 4일 첫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마포 홀리데이인호텔에서 만나 경제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총론에서만 공감대를 이뤘을 뿐 기업규제 완화,노동문제,소득재분배,부유세 도입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현격한 견해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여서 설전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철길처럼 수평선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상당한 시각차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양측 브리핑을 토대로 재구성한 대화내용.
◆성장이냐 분배냐
△현명관 부회장=현재 국내기업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10대 그룹이 투자의 80%를 하고 있다.
대기업에 많은 문제가 있고 개선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것은 중장기적인 과제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기업의욕을 고취시키는 게 필요하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임금경쟁력을 갖고 했는데 지금은 경쟁상대가 해외에 다 있다.
그런 데와 경쟁 못하면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만다.
IMF이후에는 글로벌스탠더드만 강조되고 한국기업만의 차별화가 없어져 기업경쟁력이 약화됐다.
△노회찬 사무총장=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소득재분배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
그것이 결국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현 부회장=성장이 우선이냐,분배가 우선이냐에 대해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
국민소득 1만달러 턱걸이에 서있는 이 시점에서는 과거 선진국의 전례나 정책 방향도 그랬고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나중에 분배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래야 분배도 더 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
△노 총장=사회복지를 확충하면 결국 임금부담이 줄어들고,일자리 창출여력이 더 생길 것이다.
△현 부회장=사회복지는 국가 영역이다.
정부가 해줘야 한다.
△노 총장=국가가 무슨 재정으로 하느냐.국가재정도 결국 고소득층의 세금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현 부회장=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가장 최대의 복지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더 투자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업이 일할 맛이 나야 한다.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게 아니겠는가.
출자총액 제한 등 규제문제나 노사문제 등도 우선 일자리를 창출해서 현재의 위기국면을 벗어날 때까지는 규제완화 등의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부유세·법인세 논란
△노 총장=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해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
△현 부회장=우린 세금 종류가 적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실질적으로 세원발굴 등 세무관리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노 총장=민주노동당은 탈루세금 잡아내는 것도 당연히 한다.
한국의 법인세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과 비교해 매우 낮다.
△현 부회장=경쟁상대인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우리가 세율이 높다.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율이 낮으니까 현 수준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서는 안된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상대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법인세도 경쟁상대국보다 높아선 안된다.
◆정치자금과 기타 문제
△노 총장=국민들이 기업에 실망하고 불신하고 있다.
정치자금을 기업들이 안 내겠다고 선언하면 어떻겠는가.
△현 부회장=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개별적으로 내는 기업은 대외적으로 징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하다보니 정치자금 문제로 내게 전화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이번이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 총장=노총이 경총의 카운터파트로 있는데 노동문제에 대해 전경련이 개입하는 것이 모양새가 안좋다.
△현 부회장=경우에 따라 경제단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게 아니냐.
정태웅·양준영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