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시장은 아직은 선진국에서도 초기 단계다.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에서도 원격진료 홈오토메이션 등 초보적인 서비스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망은 매우 밝다.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홈네트워크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6백58억달러에서 2007년엔 1천26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더구나 홈네트워크는 통신 방송 전자 건설 등 각종 산업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사업이어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건설사들이 초기 주도권 장악 홈네트워크 초기 시장은 건설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새로 짓는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 위주로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시스템 구축을 전담하는 관계사들과 손잡고 홈네트워크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CV넷,LG건설의 이지빌,대림산업의 대림I&S,현대산업개발의 아이콘트롤스,포스코건설의 포스데이타,동문건설의 동문정보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CV넷과 함께 최근 분양한 서울 길음지역(9백77가구)과 역삼지역(4백38가구)의 아파트에 홈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림산업도 대림I&S와 공동으로 평촌 아크로타워(1천80가구)와 오산 원동의 e편한세상(2천5백78가구) 등을 디지털홈으로 짓는다. 동문건설은 자회사인 동문정보통신과 함께 홈네트워크시스템 브랜드인 '르네트'를 출시하고 앞으로 신축할 동문굿모닝힐 아파트에 적용키로 했다. 이 회사는 6월에 분양할 화성지구 1천1백가구와 구리 인창지역 2백20가구에 르네트를 적용한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관계사인 포스데이타와 5월에 분양할 화성지구 아파트 5백14가구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건설업체들이 주도권을 잡다 보니 다른 업종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신업체인 KT는 아예 부동산개발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KT는 오는 15일 부산 가야동에 '가야 KT e편한세상'(2백99가구)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시스템통합(SI)업체의 한 관계자는 "홈네트워크 시장 전망이 워낙 좋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며 "건설 계열사가 없으면 기술이 있어도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체간 합종연횡 움직임 전문가들은 홈네트워크 시장의 무게 중심이 조만간 신축 아파트에서 기존 주택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기존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주택에도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하면 건설업계의 독주도 끝나고 업체간 '짝짓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유무선통신이 통합되고 가전 통신 콘텐츠 솔루션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분야여서 기술이 발달할수록 제휴가 불가피하다. 합종연횡의 윤곽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홈 시범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KT는 삼성전자 KBS MBC 위니아만도 대림산업 우리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특히 KT와 삼성전자는 지난해 차세대 신사업,디지털컨버전스 사업 등에서 협력키로 협약을 맺었다. SK텔레콤LG전자 하나로통신 SBS SK건설 LG건설 롯데건설 하나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KT와 SK텔레콤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들과 공동으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대다수 업체는 '토털 솔루션'을 표방하나 저마다 강점이 있는 기술이 달라 여러 업체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케이블 업체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 CJ미디어넷 등은 케이블망과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VOD서비스 등 엔터테인먼트에 강점을 갖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이동통신에,삼성전자 LG전자 LGCNS 포스데이타 등은 각종 솔루션 구축에 장점이 있다. 김태완·정태웅·장경영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