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업(31)씨는 '디지털 약재상'이다. 인터넷을 통해 한약재로 만든 건강식품 등을 판다. 서울 경동 약령시장에서 한약국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주기위해 시작했으나 이제 그의 본업이 됐다. 그는 월 3천~4천만원의 매출에 15%의 이윤을 남긴다. 오프라인 가게와 비교하면 마진은 적지만 매출은 더 많다. 가게와 인터넷매장이 서로 안테나숍역할을 해 시너지효과도 얻고 있다. 김씨의 부친 김건일씨(61)는 경동 약령시장에서 20년째 한약국을 운영중이다. 한 때는 벌이가 쏠쏠했으나 건강식품이 넘쳐나면서 요즘은 매출이 예전같지 않다. 중업씨가 인터넷판매로 재미를 보자 누이 영경씨(32)와 부인 문주연씨(29)도 인터넷 판매에 가세했다. 약초 한방미용팩을 파는데 월 매출은 각각 1천만원수준. 인터넷을 매개로 가업을 잇고 '가족사업'으로 확대시킨 셈이다. 중업씨는 대학시절 한약계통과는 무관한 원예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보고자란게 한약이어서 경험은 누구못지 않게 풍부하다.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운 '경험방(경험으로 처방)'을 바탕으로 히트 건강식품을 잇따라 조제하고 있다. 김씨가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것은 98년께. 아버지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인터넷사이트(www.pullgreen.com)를 개설했다. 당시 동충하초의 효능이 알려지며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판매는 그럭저럭 잘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단이 생겼다. 문헌에 기록된 동충하초 효능을 인용했다가 허위과대광고로 적발된 것. 약재나 건강식품 등을 팔때는 효능 등의 직접적 언급이 금지돼 있다. 벌금 2백만원을 내고 사이트는 폐쇄조치됐다. 곤욕을 치렀지만 인터넷에서 사업성을 확인한 것은 큰 성과였다. 컴맹에 가까웠던 그는 지난 99년 1월께 인터넷교육기관에 등록,1년동안 웹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인터넷 붐 때문에 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았지만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2000년초 폐쇄됐던 사이트도 다시 개설했다. 경매사이트인 옥션을 통해서도 약재 등을 팔기 시작했다. 약국 지하창고에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 판매에 나섰다. 사무 집기라야 컴퓨터 한대와 전화기,디지털카메라,탕재 등 간단한 실험도구 등이 전부. 그는 생식 다시마 오가피 등이 건강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 이를 식품으로 개발했다. 가게에서 재료를 조달해 식품공장 등에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주문 생산했다. 식품위생법에 대한 공부도 짬짬이 했다 "건강식품은 유행이 빠르게 바뀝니다.아무리 히트상품이라고 하더라도 2∼3달만 지나면 판매가 시들해지지요.소비 트렌드에 맞게 상품을 계속 개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김씨는 하루 평균 2∼3시간씩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서핑 등을 통해 건강식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는다. 할인마트 식품마트 등도 둘러보며 어떤 건강식품이 잘 나가는지도 틈틈이 체크한다. 식품관련 법이 워낙 까다로워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품 홍보를 해야 하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그는 효능을 언급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주로 건강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사용한다고 했다. 건강식품의 판매는 무엇보다 입소문이 절대적이다. 그는 서포터를 모집해 구전효과를 높이고 있다. 서포터는 인터넷사이트에 복용소감등 의견을 남기는 사람을 말한다. 김씨는 서포터에게 사은품이나 제품구매시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그는 구매액을 3만원,5만원,8만원 등으로 세분해서 판매한다. 구매액에 따라 사은품 배송비 면제 등의 특전을 부여하고 있다. 구매액을 세분화하는게 1인당 구매액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