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 오랜만에 주식투자를 다시 해보려고 코스닥시장을 기웃거렸던 직장인 김모씨(40)는 후유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세 좋게 달리던 주가가 한순간에 주저앉고 말았기 때문이다.


주가급락세는 '중국쇼크(중국경제의 급랭 우려)'와 외국계 투기성펀드(핫머니)의 대량 매도 탓이었다.


김씨보다 한발 앞서 직접투자에 나섰던 직장 동료들은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말았다.


주식투자의 위험을 또 다시 절감한 김씨였다.


그렇다고 여윳돈을 은행 예금에 그대로 묻어두자니 도저히 성이 차질 않았다.


1천만원을 은행에 맡겨봤자 세금을 떼고 나면 1년에 손에 쥐는 이자는 고작 34만원에 불과해서다.


그는 재테크 전문가와 상담 끝에 투신사의 3년만기 적립식펀드에 가입하기로 결심했다.


우량주식에 장기간 분산 투자함으로써 단기적인 주가변동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다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간접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적립식펀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상품으로 고객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 저금리 돌파구를 찾아라


저금리 시대는 재테크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평균 예금 금리는 연 3.90%로, 사상 처음으로 연 3%대에 진입했다.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아직 연 4%대에 머물고 있지만 3%대 진입은 시간문제라는게 은행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김성엽 하나은행 분당 지점장은 "한푼 두푼 저축해 재산을 불린다는 재산증식의 ABC가 일반 샐러리맨들에게 크게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적금ㆍ부금 계좌는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해지되는 반면 적립식펀드 계좌는 갈수록 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는 얘기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저금리와 고령화 시대는 가계의 자산운용을 '저축'에서 '투자'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 4%의 정기금리에 1억원을 맡길 경우 이자소득세(주민세 포함) 16.5%를 떼고 나면 실질이자는 연 3백34만원 뿐이다.


한달에 27만원 정도를 손에 쥐는 셈이다.


강 소장은 주식 채권 실물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간접투자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 몰빵투자에서 적립식투자로


과거에는 증시 활황기를 이용, 한 밑천 잡으려고 일시에 목돈을 투자하는게 대부분이다.


소위 '몰빵식' 투자였다.


증시가 활황기에 접어들면 주식형펀드에 돈이 대거 몰려든 것도 단기투자 패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몰빵식 투자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신 장기간에 걸쳐 분산투자하는 적립식 투자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5년에 걸쳐 매달 일정액을 주식형펀드에 불입하는 적립식펀드가 간접투자의 주력 상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삼성증권의 '웰스플랜펀드', LG투자증권의 '1억만들기 펀드', 한투증권의 '부자아빠 적립형플랜', 미래에셋증권의 '3억만들기 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단기적인 주가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자 올들어 적립식펀드의 판매경쟁이 증권사에서 은행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해부터 3종류의 적립식펀드를 출시한 국민은행은 이달초 5가지 상품을 추가로 내놓았다.


신한 조흥 기업 등 다른 은행들도 저금리를 견디다 못해 적금ㆍ부금계좌에서 이탈한 자금을 적립식펀드로 재유치하는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적립식펀드는 은행에 적금을 붓는 것처럼 매달 일정한 금액을 불입해 주식이나 채권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상품.


돈을 장기에 걸쳐 나눠 내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변동에 따른 위험이 적다는게 큰 장점이다.


최홍 랜드마크투신 사장은 "우리나라처럼 주가의 단기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우량주에 장기간 분산 투자하는 적립식투자 방식이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매달 10만원씩만 불입해도 되는등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끄는 요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