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은 환자를 위한 것이지 이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윤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다.' 이는 1백여년의 역사를 지켜온 미국 제약회사 머크사의 경영철학이다. 1930년대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조지 W 머크가 제시한 이같은 경영이념에 따라 머크사는 지난 80년부터 지금까지 시력 상실을 유발하는 '리버블라인드니스'라는 병에 걸린 전 세계 2천여만명의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 인류 봉사를 실천해 왔다. 단기적 비용 손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영이념을 굳게 지켜감으로써 내부적으로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등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던 것. 머크사는 현재 40여개국에서 4만5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CEO의 역할을 집약적으로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비전경영'이다. 비전경영은 기업의 이념에 따라 바람직한 미래상을 설정하고 자원과 힘을 결집해 나가는 경영방식을 일컫는다. 즉 비전을 중심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을 말한다. 최근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베인컨설팅과 비영리연구단체인 플래닝포럼이 공동으로 세계 7백89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많은 경영기법 가운데 비전경영이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브랜드 리서치업체인 서베이CS플러스와 한국경제신문이 '비전경영 CEO 대상'을 공동 제정한 것은 이런 비전경영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한 것이다. CEO들이 조직 고객 종업원 등에게 제시하는 경영비전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질적 성장을 촉진하자는게 이 행사의 중요한 목적이다. ◆ 선정기준 및 절차 '2004 비전경영 CEO 대상' 수상자는 지난 3월 초부터 한국경제신문과 3명의 외부 심사위원이 한달여동안 선정작업을 통해 확정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자료가 제공한 1천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과 순이익 △최근 5년간 수상경력 △정부부처 또는 기관 협회 등 인증 여부 등을 기준으로 3백명의 CEO를 1차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중 CEO 대상 선정에 참가의사를 밝힌 72명의 CEO에 대해 2차 인터뷰를 실시한데 이어 기업들의 공적서를 바탕으로 △경영비전 7개 항목 △노사비전 5개 항목 △고객비전 5개 항목 등 모두 17개 항목을 심사해 15명의 CEO를 최종 선정했다. ◆ 분석결과 서베이CS플러스가 이들 15명의 CEO를 대상으로 경영 노사 고객 3개 부문(17개 항목)을 7점 만점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인은 고객비전에 가장 높은 점수인 6.11점을 받아 고객관리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비전은 △고객만족(CS) 시스템 운영 등을 통한 고객 및 거래처 만족수준 △품질관리 △대리점관리 등 공급 및 판매 △제품개선 건의 접수 등 고객의견 접수 △애프터서비스(AS) 시스템 등이 평가사항이다. 최고경영자들은 고객비전에 이어 경영비전(5.98점) 노사비전(5.92점) 등을 중시했다. 경영비전은 경영철학, 전문인력구성, 인증 및 수상내역 등을 평가기준으로 하고 있다. 노사비전은 노사화합, 경영참여, 인사관리, 복지제도 등이 심사항목이다. 이번 비전경영 CEO 대상 수상 기업인들은 경영철학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인재양성 인사관리평가 고객만족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정남 성균관대 교수(경영학과)는 "세계적 기업들이 비전경영으로 성공신화를 창조해 가는 것처럼 이제 국내 기업들도 고객 종업원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세계속의 기업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경영 CEO 대상' 시상식은 7일 오후 2시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