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자기(회장 김동수)는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추구하는 도자기 업체다. 회사 관계자는 "어머니가 쓰던 그릇 세트를 딸 세대도 구입할 수 있도록 20년 이상 된 장수상품을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릇은 옷과 달리 두고두고 쓸 수 있지만 점차 유행기간이 짧아지는 추세여서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대표적인 장수 디자인으로는 꽃나비 십장생 등 누구나 한번쯤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에서 만나본 제품들이다. 한국도자기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운 이들 디자인을 단종시키지 않고 지금까지 생산해 소비자들이 낱개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홈세트 칠첩반상기 수저받침 면기 등은 섬세한 조각으로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다. 재질은 처음 출시되던 도기에서 슈퍼 스트롱(젖소뼈 성분 원료가 30% 함유된 것)으로 향상돼 실용성이 뛰어나다. 20년 전 히트상품으로 기록됐던 십장생 시리즈는 장수를 상징해 중ㆍ장년층에 꾸준히 인기가 높다. 한국도자기의 또 다른 경쟁력은 새로운 감각과 기술로 개발해낸 프라우나(PROUNA)에 있다. 프라우나는 고가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7월 출시한 고급 도자기 브랜드로 독특함을 자랑한다. 찻잔이나 주전자의 손잡이에 사슴 백조 등을 섬세하게 조각해 실용적인 식기를 예술작품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비로운 문양과 색상은 동양과 서양의 미(美)를 섞어 놓은 퓨전 스타일로 찻잔세트 하나가 수십만원을 호가하고 풀세트 가격은 1백만원대일 정도로 고가다. 프라우나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밀라노쇼에서 성공적으로 해외 무대에 첫선을 보인데 이어 지난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소비재 박람회 '암비엔테 2004'에서도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영목 전무는 "엘르 데코(ELLE Decor)라는 유명한 리빙 잡지의 한 기자가 프라우나를 보고 '무언가 제대로 쓸 거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며 "이 외에도 미국 영국 등지의 잡지에서도 특별 인터뷰를 신청해와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프라우나는 관람객 수만 15만명에 육박하는 세계적인 암비엔테 전시회에서 국내 도자기 업체로는 처음 명품관으로 통하는 10번홀에 부스를 마련했다. 로열덜튼 웨지우드 빌레르앤보흐 등 세계 최고급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또 멕시코 러시아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등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도자기업계에서 자체 브랜드로 거둔 보기 드문 성과다. 김동수 회장은 "외제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고가 도자기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세계 유명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며 "2∼3년 내 프라우나 수출을 1백만달러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02)2250-3400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