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 빅뱅] (2) 자산운용업 재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 간접투자시장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지난 수년간 부실회사로 낙인 찍혀온 두 회사가 매각을 앞두고 상한가를 치고 있다.
국민.우리.하나은행등 뿐만 아니라 AIG등 외국자본의 "러브 콜"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사실 한투증권(자회사 한투운용 포함)과 대투증권(대투운용)은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신인도문제란 약점에도 불구,펀드의 판매.운용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정상급 회사다.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불꽃 튀는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저력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두 회사가 주인을 찾아 부실의 꼬리표를 떼게되면 성장의 날개를 다는 격"이라며 "국내 자산운용업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업계의 예상대로 한투·대투가 은행에 인수될 경우 펀드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증권사와 은행의 펀드판매 점유율은 8대2 정도.하지만 대형 10개 증권사 지점(9백59개)을 다 합쳐도 국민은행 1개사 지점(1천1백50개)보다 적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은행과 증권(운용)사와의 결합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게 분명하다.
백경호 KB자산운용 사장은 "은행의 거미줄 같은 지점망과 증권 및 운용사의 판매·운용 노하우가 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국내 최고 신인도를 자랑하는 국민은행에서 점포당 하루 1억원만 팔아도 은행 전체로는 하루에 1천1백50억원,1년이면 27조원에 이른다는 단순계산이 나온다.
국민은행이 현재 30만개인 간접투자상품 계좌를 연내 1백만개로 늘리기로 경영목표를 세운 것도 '허언'만은 아닌 셈이다.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를 대상으로 순회 강연을 하고 있는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머지않아 은행들도 한투·대투증권 처럼 펀드판매 영업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 경영진 뿐 아니라 행원들도 자산운용업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이 펀드시장의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외국자본의 시장잠식을 우려해서만은 아니다.
저(低)금리 추세,고령화 진전 등의 영향으로 1천조원을 넘어선 가계 금융자산이 안정성 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흐름에 편승해야 생존할수 있다는 현실 인식의 반영이다.
홍완선 하나은행 신탁본부장은 "물가를 감안한 실질이자 제로(0)시대에 예금만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예금유치 경쟁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간접투자상품은 은행 비즈니스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농협이 프랑스 CA와 합작투신사를 설립한데 이어 기업은행이 최근 프랑스SG그룹과 합작으로 자산운용사를 설립키로하는 등 모든 은행이 자산운용업에 '올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푸르덴셜,피델리티 등 외국자본의 시장잠식과 은행권의 대반격으로 대형 자산운용사는 물론 중소형사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로 나아가거나 아니면 틈새시장을 겨냥하는 특화전략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견회사인 미래에셋이 SK투신과 세종투신을 잇따라 인수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자산운용업법 시행으로 은행 투신 보험사간의 공정경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올 하반기부터는 대형 금융회사와 전문·특화회사로 자산운용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기업은 혹독한 시련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