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37)는 어떤 배역을 맡든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1960~70년대 아픈 역사를 그려낸 드라마 '효자동 이발사'(감독 임찬상)에서도 송강호의 이런 이미지는 이어진다.


그가 맡은 '대통령의 이발사' 성한모는 서슬퍼런 독재정권에 상처입은 소시민이지만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가장이며 온갖 시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민초이기도 하다.


슬픈 역사와 고단한 삶을 관객들이 여유 있는 미소를 띠며 지켜볼 수 있는 이유도 송강호 특유의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성한모는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처럼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시대의 변화에 의해 굴절될 수밖에 없는,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색깔을 가져서는 안되는 캐릭터지요. 아픔을 우화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웃음이 터지는 게 아닐까요."


언제나 관객들의 시선을 독점해 왔던 송강호는 이 영화에서 권력자들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이 작품이 송강호의 유쾌한 이미지를 빌리지 않았더라면 비극적인 드라마가 됐을 공산이 크다.


'국가는 언제나 정의'라고 믿는 순진함과 '각하'의 목에 면도칼 자국을 내고 벌벌 떠는 소심함을 지닌 그는 곡절 끝에 자신의 아들을 희생양으로 만든다.


"전기 고문으로 장애아가 된 아들이 나중에 일어서는 것은 비현실적이죠.리얼리즘 영화라면 영원히 장애아로 남겨뒀어야지요. 다소 생경한 장면이지만 전체 흐름에는 맞습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문법입니다."


성한모는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자식을 큰 사랑으로 껴안는 그 시대의 우리네 아버지다.


어리석은 탓에 자식을 곤경으로 몰아 넣으면서도 큰 사랑의 실천으로 '위대한 아버지'로 남는다.


"요즘에는 부모가 자식들에게 '건강하라'거나 '거짓말하지 마라'고 이야기하지만 당시 부모들은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게 전부였습니다. 당신들은 가난하고 못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라는 뜻이었죠.그 깊은 속내를 표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