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한국에서 노래하는 조수미씨의 목소리와 미국에서 연주하는 뉴욕 필의 음향이 합쳐져 관객들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인하대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자들을 30평정도 되는 공간으로 초대했다. 고(故) 조중훈 회장의 호를 딴 정석학술정보관 5층에 자리잡은 '가상현실체험관'이 바로 그곳. 조 회장이 애지중지하는 '보물' 같은 장소다. 스크린에선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 광경과 미식축구 경기장면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일반 음향에서 '10.2채널'(전·후방,천장에 스피커 10개와 2개 서브우퍼를 갖춘 시설)로 전환되자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 속으로 빠져 들었다. '몰입형 원격매체(RMI)시스템' 기술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갖춰진 것. 이 기술은 HD(고선명)급 디지털TV 보다 우수한 화질에 현장에서 듣는 것과 같은 음향 수준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형이다. 영상과 음향 신호는 전파가 아닌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주문형으로 제공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억원이 넘게 투자해 시스템을 완비했다. 컴퓨터,스크린,음향설비는 그가 이사로 있는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공수해 왔다. 조 회장은 이후 지인들이나 내외빈들을 초청해 차세대 디지털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운송물류 전문기업인 우리가 이 사업에 뛰어들 것은 아니기 때문에 IT(정보기술) 등 관련 업체들이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고 했다. 조 회장이 이 시스템을 갖춘 것은 디지털을 알지 못하면 미래 비즈니스를 개척할 수 없다는 소신에서 비롯됐다. 최근 항공기 내에서 인터넷서비스를 시연하는 행사에 직접 참석하고 대한항공이 내년부터 2008년까지 장거리 여객기 전 기종에 초고속 인터넷을 도입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꼽힌다. "고교때 미국 서머스쿨을 다닌 적이 있는데 기숙사에 8비트 컴퓨터가 있었지요.그 컴퓨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엔지니어의 꿈을 키웠죠.선친께서도 I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컴퓨터 교육을 받기도 하셨습니다." 항공사의 IT 경쟁력은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는 조 회장의 이런 노력들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