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0개월째 콜금리를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4분기(4∼6월) 중 체감경기 개선이 이뤄질 것이며 소비 감소세도 멈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정부와 이견을 보인 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단위 절하)에 대해 "경제와 국정이 모두 안정된 상황에서도 쉽지 않은 디노미네이션을 지금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 총재가 종전 "총선 이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던 방침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2·4분기엔 소비 회복세 박 총재는 "경기는 지난해 2·4분기 이후 계속 내리막이었지만 올 2·4분기부터는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지난 3월중 고용이 1년 전보다 53만명 늘어난 점과 지난달 전경련과 한은이 조사한 체감경기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을 들었다. 그는 지난달 총선 직전 기자간담회때 올해 경제성장률을 최고 6%까지 추정한 낙관론의 근거가 달라진 게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내수부양책에 대해선 "무리한 내수진작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밝혀 인플레이션도 의식하는 견해를 보였다. 박 총재는 콜금리 인상 검토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단계에 들어서고 물가 위험이 가시화될 때 검토할 문제"라고 말해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쇼크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악재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라며 "중국의 긴축정책은 고도성장이 붕괴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디노미네이션 논의 사실상 중단 디노미네이션 추진 논란에 대해 박 총재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입장을 같이했다. 박 총재와 이 부총리 간에 "디노미네이션 문제를 거론할 만큼 국내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는 식의 나름대로의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는 특히 "경제 정치 국정전반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디노미네이션은 평지풍파를 일으킬 사안"이라고 말해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던 종전 입장과는 크게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디노미네이션은 실행을 결정한 이후에도 도안과 기계 도입,위조 방지 등을 준비하는 데에만 4년이 걸리며 지금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준비도 안돼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성장이 끌고 분배가 밀어야" 최근 성장과 분배 논란에 대해 박 총재는 "성장과 분배는 하나이기 때문에 논란은 의미 없다"며 "성장이 끌고 분배가 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분배가 끌고 성장이 미는 반대의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성장보다 분배가 많으면 무엇으로 투자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분배를 강조하는 사람들도 성장을 배제하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총재는 이어 민주노동당의 국회 입성에 대해 "유권자의 10% 이상이 민노당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생각이 국회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며 "합리적 노사 관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