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공동발표문을 내놓은 것은 이 문제가 뜨거운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했음을 입증해주는 일이다. 우리는 정규직 근로자들의 양보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없이는 비정규직 문제가 결코 풀릴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해둔다. 비정규직 문제는 보통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기업마다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간의 업무형태나 처우가 다른데다 경영형편도 큰 차이가 난다. 그런가 하면 근로자 간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가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고용문제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럼에도 노동계가 일률적인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설득력이 없다.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지나친 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선 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지부터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 이유는 크게 보아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한편으로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해 인력활용도를 높이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요인을 감안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거나 비정규직 임금을 대폭 끌어올리라고 기업을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불황에 시달리며 근근이 버텨가고 있는 기업들로선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면 고용을 더욱 타이트하게 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비정규직 차별철폐 운동이 본격화된 지난해의 경우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20만개나 감소했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근로자들의 희생이 전제되지 않고선 풀릴 수 없다. 정규직 근로자들이 임금협상에서 대폭 양보하는 것은 물론 정리해고에 대한 사용자측의 권한을 확대해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고용확대를 위한 여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비록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중요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경제신문이 기획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는 선진국 현지취재 결과를 보더라도 이런 결론은 분명하다. 한때 만성실업에 시달리던 네덜란드가 새 일자리의 80%를 파트타이머로 채워 문제를 해결한 사실이 단적인 예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는 사실을 노동계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