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신사에서 활약하던 외인구단이 은행 자산운용분야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은행 신탁사업단의 트러스타(Trustar)팀이 그 주인공. 이 팀은 작년 9월 우리은행이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해 구성한 자산운용 전문조직이다. 트러스타라는 이름은 신탁을 뜻하는 'Trust'와 'Star Fund Manager'의 합성어로 행내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실제 이 팀의 구성원 8명은 내로라 하는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유정상 팀장은 LG투신과 제일투신 등에서 18년 동안 채권 및 주식 운용 경력을 쌓았다. 나머지 7명도 마이에셋,제일선물,외환코메르츠투신,제일투자증권,한셋투자자문,동양증권 등에서 10년 안팎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이 팀은 팀장 1명,주식 펀드매니저 2명,채권 펀드매니저 2명,상품개발 2명,리서치 2명 등 외부 인력 8명과 기존 은행원 2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웬만한 중소 규모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와 맞먹는 진용과 조직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트러스타팀이 저력을 발휘한 것은 '세이프 추가 금전신탁 1호'. 지난 2월 초 처음 선보인 이 상품은 판매 3개월 만에 6천3억원의 수탁액을 기록하고 있다. 요즘같은 저금리시대에 은행 단일 신탁상품이 6천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고객의 수요를 감안한 상품설계와 자산운용이 돋보인 덕분이다. 유 팀장은 "가입 후 3개월 이상만 되면 중도 해지 수수료를 내지 않고 중도 해지가 가능한 단기 상품인 데다 연 4.80% 수준의 높은 수익률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은행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러스타팀이 돋보이는 것은 비단 특정 상품의 판매 호조 때문만은 아니다. 증권·투신사 출신들이 이질적인 은행 조직에서 성공적인 안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은행들은 1∼2명의 스타 펀드매니저를 개별적으로 영입해 자산운용을 맡긴 적이 있다. 그러나 상이한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제대로 성공한 경우는 아주 드물다. 트러스타팀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은행 적응에 성공,은행 자산운용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유 팀장은 "증권사나 투신사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성과주의 문화인 데 비해 은행은 시스템에 의한 조직적 업무처리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처음엔 팀원 모두가 이런 분위기를 낯설어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고객은 매우 보수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원금 보존을 추구하고 은행 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며 "이런 성향에 맞는 상품을 내놓고 운용한다면 트러스타는 고객에게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