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hyeonamsa.com >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산행을 했다. 모처럼 계획한 여행이어서 외설악 비선대를 거쳐 금강굴까지 다녀올 요량이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절경과 은밀하게 친해지고도 싶고, 동행인과 조용하게 대화하며 오붓하게 산길을 걷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일이 쉽지 않았다. 비선대로 가려고 길 어귀에 들어서는데 한 무리의 여행단을 만났다. 그 무리는 반대편에서 가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행한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길 전체를 차지하고 걸었다. 이쪽에서 가는 사람의 어깨를 수시로 부딪치고도 실례했다는 인사말 한 마디 건네는 법이 없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떠들썩하게 대화하며 지나가니 동행인과 소곤소곤 대화하며 방해받지 않고 걸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끼리 대열에서 이탈할까봐 확성기로 대오를 정돈하는 소리까지 뒤섞이니 오솔길에서 숲의 고즈넉함을 느끼며 봄을 감상하는 것은 고사하고 빨리 그 근처를 빠져 나가고 싶었다. 다행히 그 여행단이 우리와 멀어지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다시 일행끼리만 찬란한 봄 숲의 풍요를 느낄 수 있었다. 봄 숲에는 온갖 빛깔의 초록이 제철을 만나 자태를 뽐내는데,깊이 들여다 보니 비옥토가 아닌 척박한 능선 땅에는 소나무가 짙푸르게 자라고 물기가 축축한 기름진 아래쪽 산에는 활엽수가 자란다. 떡갈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등 갖가지 참나무과의 나뭇잎이 코팅이 된 채 온 나무를 덮고 자라 눈이 부시다. 비비추는 아직 꽃이 일러 이파리만 무성하지만 금낭화가 가녀린 줄기에 복주머니 생김새로 어깨를 서로 기대고 매달려 있어 아기자기한 가족애도 느껴진다. 오솔길 따라 바깥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청량함은 물론이고 태초의 생명력까지 느껴진다. 금강굴까지의 행로에서 동행인과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히 서로 북돋우며 동행하는 여행길이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을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채롭게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여행단도 어디를 다녀오고 '고지를 점령'하는 데만 목표를 둘 것이 아니라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 의미가 있는 여행길이기를 고대해 본다. 또 같은 목적을 가지지 않은 타인이 다니는 길이라면 나 한 사람의 부주의로 다른 이에게 불편을 끼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자세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