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유연화 없이 기업 투명성만 강조할 경우 한국에는 대기업 몇 곳과 영세 자영업자만 남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발간한 '나라경제 5월호' 기고문에서 "정부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노동시장 유연화 노력은 하지 않고 기업경영만 유리알처럼 만들겠다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경제모형을 시도하겠다는 얘기"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정부 행태는) 하체운동은 하지 않고 상체운동만 죽어라고 해 결국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기괴한 괴물을 창조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제도적으로 강행되면 해외로 떠나거나 문을 닫는 사업장이 무더기로 나올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에는 사람을 많이 쓰지 않는 대기업 몇 개와 영세 자영업자만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기업규제 정책과 관련, 허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에 대해 정치적 시민단체와 노조가 온갖 훈수를 다하고, 이런 훈수를 정부는 전문가의 고견으로 받아들여 사사건건 개입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기업들은 주위의 온갖 닦달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적은 오르지 않아 지쳐 있는 수험생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허 소장은 "이 수험생(기업)은 눈에 책은 보이지 않고 힘껏 뛰어놀 수 있는 '중국 놀이터'가 아른거려 다시 태어나면 죽어도 학생이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