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끝없는 정부의 규제 강화와 노동계의 경영 참여 요구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재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반(反)재벌 정책'의 '망령'을 되살릴 수 있다고 판단,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저지키로 했다. 또 4ㆍ15총선 이후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가 경제 회복의 동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며 강력 대응키로 했다. 재계는 이달 말께 올들어 첫 경제5단체장 회동을 마련, 경제 현안을 집중 논의하는 한편 정부와 각 정당을 대상으로 공동설명회를 여는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 '반(反)재벌 망령' 부활하나 재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출자총액 규제 유지 △금융ㆍ보험사 의결권 행사 한도 축소 △계좌추적권 재도입 등이 반기업 정서와 연계돼 반재벌 정책의 망령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차이나 쇼크'에 국제 유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기업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극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까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판단이다. 공정위의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재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향해 던지는 비난이다. 이인권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우리 경제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은 계속해서 강화돼 왔지만 과연 지금 시점에서 따져볼 때 그러한 정책이 목표를 이뤘느냐"며 "실제 5대 그룹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공정위의 개혁 입장이 완강한 것과 관련, "개혁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하다"며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개혁은 경제발전이라는 목적을 고려할 때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노조, 경제원칙 무시말라" 노동계가 △대우종합기계 매각에 노조의 참여 보장 △사회공헌기금을 통한 영업이익 일정 부분 출연 △경영참가법 제정 등을 통해 잇따라 경영 참가를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도전이라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문제가 단체협상에서 이미 상당부분 다뤄지고 있는 데도 노동계는 '무노동ㆍ무임금'처럼 노사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경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부회장은 "경영권 문제는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것"이라며 "기업 경영상황을 노동자에게 공개하고 설명해 이해를 구하는 것과 노사가 경영권을 공유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과도한 경영 참여가 불러온 실패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과거 유고연방에서 활발했던 '근로자 경영기업'이 가져온 공과를 따져봐야 한다"며 "노조 내부에 만연된 정치조직 등으로 인해 기업이 장기 비전을 세울 수 없었고 기업가 정신에 의한 기업인의 과감한 투자결정 등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