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인가.


아니면 추세적인 외국자본 이탈인가.


지난달 28일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경기과열 억제발언 이후 국내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규모가 2조원을 넘어섬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이 재테크 시장의 최대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 외자가 왜 들어왔는가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되는 모든 국가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다.


심지어는 스테그네이션에 빠진 일부 이머징 국가까지도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특히 미국금리가 인하국면일 때 이같은 현상이 심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결부돼 있으나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세계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투자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그동안 글로벌 자금들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왔던 위험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음을 시사해 준다.


또하나 뚜렷한 특징은 이머징 마켓국 가운데 통화가치가 저평가된 국가에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고정환율제의 일환인 통화위원회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수출증대 차원에서 달러매입 개입을 해왔던 한국 등을 들 수 있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자금들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할 때 고려하는 환차익을 겨냥한 투기적인 목적도 강했다는 점이다.


국내증시만 하더라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들어온 외국인 자금 가운데 단순히 환차익을 겨냥한 투기성 자금이 약 3∼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철저하게 달러표시자산에 포트폴리오 자금유입 추세와 맞물려 있었던 것도 눈에 띤다.


올들어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왔던 것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달러표시자산에 자금유입이 둔화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결국 우리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주된 이유는 세계적인 저금리에 따라 국제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경기회복 요인과 함께 투기적 혹은 반사적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계속 들어올 것인가는 세계경기와 금리 향방과 통화가치 조정,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달러표시자산의 거품조정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으나 세계경기는 내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론적으로 경기에 대한 금리조정의 후행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각국들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약 1년 동안은 국제유동성의 위축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를 포함해 자국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국가들은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과거 금융위기국의 경험을 볼 때 올 하반기 이후에는 통화가치를 경제여건에 맞게 조정해 나가는 국면이 예상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달러표시자산의 거품해소는 올 하반기 이후에도 쉽게 조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1월 대통령 선거와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규모 외자유입으로 수지악화와 자산인플레 정도가 심한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국들이 경기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여 미국에서 자본이 이탈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앞으로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유인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이머징 마켓에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이 반사적 혹은 투기적 성격이 짙은 점에 유념해야 한다.


최근의 외자이탈세는 단순히 중국 쇼크 때문만은 아니며 어떤 계기로 외자가 일단 이탈하면 의외로 빨리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