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에 30대의 2세 경영인들이 '현장경영'과 '글로벌경영'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말 대표이사를 맡은 정관영(32) 듀오백코리아 사장과 2002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성호(36) 에이스침대 사장, 10년만에 회사를 중견기업으로 키운 허성판(37) 파로마TDS 사장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 이들은 어릴 때부터 공장을 놀이터 삼아 지내온 '현장경험'과 디지털시대의 글로벌 감각을 경영에 접목,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가구회사를 '첨단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해 초 듀오백코리아에는 '구름다리를 건너'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그 당시 이 회사는 공장을 인천 남동공단에서 가좌동으로 갓 옮겨 생산시설 및 인력이 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밀려드는 주문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부사장이던 정관영 사장이 웃는 얼굴로 "구름다리를 건너가시죠"라고 말하면 사무직 직원들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는 생산현장으로 향했다. 정 사장 역시 현장에서 함께 작업을 했으며 요즘도 일감이 밀릴땐 직접 현장근무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1999년 입사해 의자조립과 납품 등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왔다. 이후 경영기획과 생산부문을 총괄하면서 코스닥시장 등록,듀오백 특허인수,생산성 향상을 통한 매출총이익률 상승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그는 요즘 해외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정 사장은 "마케팅팀을 이끌고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장의 수출길을 뚫겠다"고 말했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매주 한번씩 에이스침대 전 임원진들과 함께 공장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고위 간부들도 생산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안 사장은 매일 일찍 출근해 충북 음성공장의 생산라인과 설비들을 점검하고 특별한 약속이 없을 경우 공장내 식당에서 생산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자주 생산현장을 찾다보니 2백여명의 생산직원 얼굴과 이름을 모두 알 정도다. 고려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의 안 사장은 이 회사의 광고카피처럼 '침대의 과학화'에 힘써 왔다. 공장 자동화 작업을 주도하면서 '이너스프링 조립체''항균제 수납장치' 등의 특허와 실용신안 획득을 이끌어냈다. 안 사장은 부사장으로 있을 때 중국 광저우에 공장을 설립했으며 지금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안 사장은 "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에이스침대를 세계적인 침대업체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성판 파로마TDS 사장이 94년 27세의 나이로 입사할 무렵 회사(탄타나 가구)는 정리절차에 들어가 있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 허 사장은 본사와 공장을 부산에서 남동공단으로 옮긴 후 본사 건물 옥상에 가건물을 세우고 야전침대를 가져다 놓고 숙식을 하면서 약 2년 동안 생산현장을 밤낮으로 관리했다. 그 결과 파로마TDS는 지난해 4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허 사장은 지난해 준공한 중국 칭다오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파로마의 중국 상호인 '派若馬(파이뤄마)' 간판을 보면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허 사장은 "'말과 같은 기세로'라는 중국 상호의 의미처럼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달려 왔다"며 "앞으로 경쟁력 제고와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