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밖.미술"전은 보수적인 미술관의 대명사격인 국립현대미술관이 파격적으로 시도한 전시다. 순수 미술영역이 아닌 "미술 밖"의 분야였던 타이포그래피 상업사진 CF 애니메이션 만화 무대미술 등의 장르를 과감하게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우선 CF 애니메이션 만화를 보자."동구리"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 권기수는 만화같은 캐릭터를 이용해 대중에게 접근한다. 색연필로 수채화같은 그림을 그리는 최호철의 "괜찮아 일러스트"는 달동네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회화와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까지 합친 독특한 작품이다. 피터 정의 '애니 매트릭스',김문생의 '원더풀 데이즈',박명천의 'TTL' 광고는 TV를 통해 너무나 잘 알려진 CF 작품이다. 구본창과 오형근은 상업사진과 순수사진 작업을 병행하는 작가다. 구본창의 '나다(Nada)' 시리즈는 눈 귀 코 등 인간의 육감(六感)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것으로 작가 특유의 온화한 감각을 드러낸 작품이다. 오형근은 화제작인 영화 '스캔들''장화,홍련''조용한 가족' 등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의 표정과 시선을 포스터로 포착해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권영호 김용호 김중만 윤형문 조세현은 수많은 광고 사진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등장시켰다. 만화 부스에서는 박재동씨를 비롯해 '비빔툰' 시리즈의 홍승우,'또디' 시리즈의 정연식,성인 유머만화의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양영순씨의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유머러스한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안상수는 모든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중추를 '글자'로 표현한다. 안씨의 'α(알파)에서 히읗까지'는 인류 문명이 그리스 알파벳 첫 글자인 '알파'에서 시작해 종국에는 한글로 마무리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금누리글꼴'을 만든 금누리는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실생활에 응용한 그래픽 디자이너다. 6월27일까지.(02)2188-600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