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정부의 긴축정책 발표는 세계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철강이나 자동차 등 전통산업 분야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이며 전자산업을 포함한 첨단산업분야는 오히려 팽창시켜 산업구조를 고도화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커다란 창을 통해 보면 세계 전자산업의 판도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중국에 의해 변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모든 외국인 투자를 싹쓸이하다시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인접한 한국과 일본은 중소기업의 공동화가 심화되고 대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이미 세계시장의 10%가 넘는 세계 3위의 전자제품 생산 대국으로 부상했고 우리는 5%로 4위로 밀려나 있다. 생산규모 면에서는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전자산업 경쟁력 수준은 현재 대체적으로 한국이 중국에 4년 정도 앞서 있으나 그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3년 후면 중국과는 2년 전후의 격차로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중간 전자제품의 무역의존 관계는 그동안 상호보완적에서 경쟁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한국의 액정디스플레이업체를 통째로 매입해 자국에 가져가기도 하고 하이얼사는 한국에 법인을 설립해 우리 가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은 세계 IT산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제회복에 상당히 긍정적 효과를 유발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반된 양면성을 지닌 한·중간 전자산업을 세계적 위상으로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상호협력을 통한 공존공영의 전략이 필요하며 나아가 우리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천방안으로는 우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과학연구 강화체제가 필요하다. 원천기술은 관련제품의 기본적인 개념을 규정하는 기술로서 장기간의 기초과학 축적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구과제 선정부터 대부분 산학연 공동연구를 전제로 제품개발 목표를 규정해 기초기술을 생략하고 바로 제품개발을 시작하고 있다. 당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초연구만 하는 전문연구기관을 구축해야만 동북아 R&D중심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또한 이업종 융합기술을 발굴 육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폰의 경우 본래의 전화기능 외에 줌카메라,동영상촬영,플래시 등이 부착돼 있다. 이는 전자기술,광학기술 및 정밀기계기술이 결합된 이업종 융합기술의 결정체다. 카메라폰의 원천기술은 캠코더에 있으며 캠코더를 생산하는 업체가 카메라폰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노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융합기술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전자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각 부품의 모듈화 개발 및 규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모듈화의 의미는 전자기기를 구성하는 부품이나 부품의 결합체를 일정 규격으로 통일하고 표준화한 부품 덩어리다. 가전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필히 부품의 모듈화를 꾀해 경쟁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중간 전자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보완적 자산의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한·중 양국은 특정 전문분야의 특징을 잘 활용해 신규사업을 하기에는 매우 적합하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한국 측의 벤처경영능력 및 생산기술능력,중국화교들의 잠재된 제품기술개발력 및 마케팅력,중국의 노동력과 시장을 결합할 경우 매우 성공적인 협력체제가 될 것이다. 또한 한·중 전자산업의 발전을 위해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동북아 전자산업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가 있다. 양국의 전자산업에서 표면적으로는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무역,기술,인력 마찰이 심화되고 있어 이들의 원활한 사전조정과 조화가 필요하다. 공동체는 초기에 한·중 양국중심으로 활동하다 점차 일본 대만을 참여시키고 아시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joody@ki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