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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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에서 유래한 관용구로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가 있다.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는 왕이 된 것을 기념해 신전에 복잡한 매듭을 지어 마차를 묶어뒀다.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한다'는 신탁(神託)에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었지만 풀지 못했다.
원정길에 들른 알렉산더는 단칼에 끊어 버림으로써 매듭을 풀었다.
역시 신화 속 강도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를 집안으로 꾀어 침대에 눕혀보고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늘여서, 길면 잘라서 죽였다.
그는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당했다.
그의 침대는 융통성 없이 일방적인 자기 기준에 타인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뜻하게 됐다.
5월 둘째 주, 나라 전체가 고르디우스의 매듭 앞에 서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평결(13일)이 바로 그것이다.
평결 결과는 각자 입장에 따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일 수도, 솔로몬의 지혜일 수도 있다.
주말 비가 꽤 왔다.
봄 가뭄 걱정은 덜었지만 화사한 봄날 휴일이 아쉽다.
경기회복 기미는 희미한데 주변 여건은 자꾸 꼬여간다.
중국 쇼크, 미국 조기 금리인상설에다 천정부지인 유가는 수그러들줄 모른다.
이번 주에는 제주도에서 뉴스가 더 많을 것 같다.
국제 금융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13일 개막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청와대 간 이견을 노출한 노동조합의 기업매각 입찰참여 문제에 이어 노동계의 연기금 주식투자 반대로 기금정책심의회(14일)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같은 날 금융감독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생명보험회사 투자 유가증권 회계처리에 대해 결론을 낸다.
주요 발표자료로는 통계청의 4월 소비자전망조사(12일)와 고용동향(13일)이 있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 국무회의(11일)에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을 의결한다.
우리 사회는 '톨레랑스(tolerance)'가 부족하다고 한다.
톨레랑스는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함을 뜻한다.
탄핵평결이 각자 마음 속의 '프로크루스테스'를 제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