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해외주재원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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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재원들의 귀국 발걸음은 대체로 무겁다.아이들이 한국식 교육에 제대로 적응할는지,껑충 뛴 전셋값은 어떻게 마련할지 모든게 걱정거리다.
외국자본으로 넘어간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은 더하다. 고작 3~5년 해외생활을 한 자신들보다 훨씬 국제화된 젊은 피들이 임원으로 영입돼 비집고 들어갈 만한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모펀드인 론스타로 넘어간 외환은행 주재원들의 고민도 비슷하다. 경영방식과 인적구성이 달라진 환경에서 적응할수 있을지,실력 발휘할 기회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재원 개인도 그렇지만 외환은행의 체면은 해외에서 다 구겨졌다.
미국에서 수십년간 쌓은 영업네트워크를 잃게 됐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보내는 단순한 송금업무조차도 미국 은행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게 됐다.
론스타가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여서 미국에서 은행업을 못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과 달리 씨티은행은 신이 나 있다.
27억달러를 주고 한미은행을 인수,단숨에 지점망을 2백50개 정도로 늘리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20여개의 지점만으로 짭짤한 장사를 해온 씨티은행으로선 한국 금융시장에서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등에 비하면 지점수가 현저히 모자라지만 부유한 개인고객 10~20%를 집중 공략할 경우 만만치 않은 이익을 챙길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미은행이 갖고 있는 중소기업 고객도 큰 자산이다.
대규모 투자를 한 투자자여서인지,아니면 한국 사람들을 의식해서인지 씨티은행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 경제를 밝게 본다.
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지난주 강연을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케팅 담당인 윌리엄 퍼구손 사장도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6%로 낙관하고 투자환경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진군 나팔을 부는 씨티은행과 쪼그라든 외환은행 모두 국제화의 산물이다.
국제화는 부인할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장기적으로 한국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은행 주재원들이 느끼는 감회는 예사롭지 않다.
무거운 귀국 발걸음을 탓할 수 만은 없을 것 같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