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은 '개정 노동자 파견법'의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의 골자는 <>파견근로자 영역 확대 <>파견근로자 계약기간 연장(1년->3년).


"일본은 고용형태의 다양화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파견근로자와 같은 비정규직에 대한 채용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일본 후생노동성의 아다치 요시무로 고용정책 계장)


아다치 계장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업이 어떤 형태의 근로자를 고용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은 전적으로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정부로서는 기업이 고용만 늘려주면 충분하다.


기업들의 법정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지켜볼 뿐이다.


지난해 파견법을 고칠때 일본 노동계도 재계의 현실을 받아들여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노동계의 반발로 파견근로자에 대한 규제완화가 난관에 부닥쳐있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텔레마케팅 등 26개 업종에만 국한된 파견근로자 영역을 생산직종으로 확대하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다치 계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데 노동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대신 정부는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 법률이 아닌 고시(가이드라인)를 통해 정규직원을 뽑을 때 이왕이면 비정규직 중에서 우선 채용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하지 말라고 기업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일본에선 비정규직 규제완화와 제조업 부활의 바람을 타고 기업들이 파견근로자 채용을 늘리고 있다.


장기불황 속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구가하는 도요타자동차.


일본 나고야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도요타시의 도요타 모토마치 공장을 지난달 19일 찾았다.


생산라인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뒤섞여 일을 하고 있었다.


도요타자동차의 미야자키 나오키 인사부장은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종신고용 부담이 있는 정규직보다는 임금이 싸고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많이 뽑았다. 1년에 3천명(이중 70%가 생산직)의 비정규직을 채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6만5천여명의 근로자중 생산직에서만 30%가 비정규직"이라며 "공장근로자의 숙련도를 S(25년차 이상), A(10~24년차), B(5~9년차), C급(4년차 미만)의 4단계로 나눠 최하단계인 C급에 단순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요타자동차의 비정규직 임금이 일본 근로자 평균임금보다 많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줄을 서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조선업체에 세계 1위를 빼앗긴 뒤 절치부심하는 일본 조선업계도 요즘 비정규직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저렴한 인건비와 후판값에서 나온다고 보고 인건비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


지난 2002년3월 현재 도크에서 일하는 근로자중 사내하도급 인원은 65%(2만2천명)로 세 명 중 두 명은 비정규직이다.


지난 93년 비정규직 비율 50.7%(1만6천명)보다 많아졌다.


그런데도 하도급 임금을 둘러싼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일본조선공업회 다카하시 데츠오 기획부장은 "미쓰비시중공업이나 가와사키조선 같은 회원사들이 하도급업체에 도장과 같은 일정 업무를 일괄발주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대한 급여, 인사, 근무관리 등은 외주업체들이 전적으로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조선소로부터 작업을 하청받는 하도급업체들의 모임인 조선하도급 협동조합 등 52곳을 회원으로 둔 일본조선협력사업자단체연합회를 찾았다.


이 연합회의 시다 노보루 총무부장은 "우리가 하청기업을 위해 하는 일은 산재예방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안전ㆍ기술지도뿐"이라며 "돈 문제는 조선소와 하청업체 간에 계약을 통해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선소가 하청근로자 임금이 비싸다면 뭐하려고 이들을 쓰겠느냐"고 반문하며 "비정규직도 기술 숙련도가 높으면 돈을 더 받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다"고 전했다.



도쿄ㆍ나고야=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