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부영 이중근 회장(구속)이 건축 인ㆍ허가 및 세무조사 등과 관련해 정ㆍ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향후 수사에서 아직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 있는 부영의 수백억원대 국민주택채권 용처가 드러날 경우 '부영게이트'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 부장)는 9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봉태열씨(59)가 2001년 12월부터 2002년 6월까지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국민주택채권 1억3천만원어치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밝혀내고 이날 저녁 봉씨를 구속수감했다. 이 회장은 "2002년 7월로 예정된 정기세무조사를 잘 봐달라"는 취지로 봉씨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현재 해외 체류 중인 김영희 전 남양주시장이 2002년 5월 부영측으로부터 아파트 건축 인ㆍ허가 편의 제공 등의 청탁을 받고 국민주택채권으로 수억원을 챙긴 사실도 새롭게 포착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고 조속한 귀국을 종용키로 했다. 검찰은 앞서 서영훈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직전인 재작년 12월 초 부영에서 채권 6억원어치를 받아 정대철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특히 검찰은 '부영 게이트'에 연루된 정ㆍ관계 인사들이 불법정치자금이나 뇌물 등 불법자금을 현금이나 수표가 아닌 국민주택채권과 같은 무기명 채권으로 수수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현금은 부피가 크고 수표는 추적당하기 쉽다는 단점 때문에 불법자금 전달 수단으로 무기명 채권이 광범위하게 활용됐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이 저인망식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할 경우 조만간 상당수 유력 인사들이 추가로 수사망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는게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현재까지 부영은 1996∼2001년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2백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5백80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