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기과열 억제정책 발표로 유발된 차이나쇼크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권투자의 격언이 전반적 대외교역에도 적용되는 지혜임을 증명한다. 수년 전부터 정부와 기업은 수출·투자 다변화를 위해 차세대 성장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국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이들 국가 가운데 유독 중국에만 관심이 편중돼 대외경제의 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 주력제품의 경쟁력이 4∼5년 안에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수출·투자 다변화는 더 늦출 수 없는 지상과제다. BRICs 중 브라질로 대표되는 중남미지역은 그간 상대적으로 우리의 관심권 밖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현재의 수익성과 미래의 성장 잠재력으로 볼 때 중남미는 유력한 대체시장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한국과 중남미간 교역규모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20%를 상회할 만큼 급신장세를 보여왔다. 무역흑자도 지난 수년간 연평균 50억달러에 달한다. 또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중미자유무역지대(CAFTA) 안데안특혜관세법(ATPDEA) 등에 따라 현지 생산제품의 북미 무관세 수출이 허용되는 등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의미도 크다. 그런데도 중남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낮다. 이는 중남미 시장이 지리적 불리함의 장애요인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교역여건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난 4월 우리의 대칠레수출은 55.6%,수입은 87.8% 늘었다. 완벽에 가까운 상호보완적 관계에 놓인 양국간 교역이 무관세라는 날개를 달면서 하늘 높이 비상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중남미 국가와의 FTA 추진에 우리보다 한발 앞선 경쟁국들이 많다는 것이다. 체결 막바지에 다다른 일본-멕시코간 FTA,남미공동시장(Mercosur)-유럽연합(EU)간 FTA,미주자유무역지대(FTAA)협상,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Mercosur-중국간 FTA 등이다. 중남미시장은 소득수준이 낮아 가격탄력성에 따라 수요가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중남미 각국과 선진국간에 FTA가 체결된다면 가격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우리 상품의 입지는 대단히 좁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조속히 중남미 국가들과의 FTA 추진을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