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액션물 "킬빌2"는 전편의 틀에다 새로운 이야기를 도입하는 일반 영화의 속편과는 다르다. 이 영화는 "킬빌I"의 줄거리를 잇는 속편이자 완결편이지만 전편을 보지 않고서도 즐길 수 있는 독립된 양식을 지녔다. '깃털'들에 대한 복수가 단락 형식으로 연결된 전편과 달리 '킬빌2'는 복수극의 원인을 재조명하며 '몸통'에 대한 최후의 심판이 이뤄진다. 일관된 이야기와 정서가 화려한 스타일을 통해 구현됨으로써 전편을 뛰어넘는 완결미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킬빌' 시리즈는 서양 여자가 고도의 동양 무술을 펼치는 내용에 타란티노 감독 식의 복수극을 덧붙인 액션 영화다. 전편에 암살 단원인 브라이드(우마 서먼)의 스승으로 하토리 산조란 '검(劍)의 장인'이 나왔지만 '킬빌2'에는 파이 메이(류가휘)란 쿵후의 고수가 등장한다. 이는 일본의 검도와 중국의 쿵후를 섭렵한 서양 여성 무협영웅의 탄생을 예고한다. 그녀의 혹독한 수련 과정은 동양식 무협액션의 틀을 따랐지만 '서양의 무기'인 총을 맞는 순간 타란티노식 액션영웅으로 변모한다. 초반부에 주인공이 총을 맞고 죽음을 기다리는 장면은 최후의 순간 위기에 봉착하는 동양 무협의 전통과 다르다. 특히 '여성의 복수극은 본질적으로 모순'이라는 시각을 내포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는 더 두드러진다. 살인은 모성(母性)과 상극이며 복수란 뜨거운 분노를 냉철한 행동으로 표현하는 행위라고 감독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액션에는 속삭임 같은 부드러운 분위기와 격렬한 살인행위 등 정반대의 속성이 혼재돼 있다. 브라이드와 빌(데이비드 캐러딘)의 최후 대결은 멜로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혹적인 분위기로 연출된다. 브라이드가 빌의 죽음에 대해 흘린 '슬픔의 눈물'과 딸을 되찾으며 흘린 '기쁨의 눈물'을 병치시킨 것도 '여자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란 경구를 상기시킨다. 컬러 화면에 대한 흑백 화면의 대비도 감정의 기복을 양식화하는 방편으로 사용됐다. 브라이드의 결혼 리허설 때 빌이 찾아오는 흑백 화면은 두 사람의 심리적 충돌을 보여주며 브라이드가 생매장됐을 때의 흑백 화면은 대담했던 주인공의 폐소 공포증을 나타낸 것이다. 14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