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 빅뱅] (4) 자산운용업계 공룡…피델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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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자식에게 권하는 투자회사"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피델리티는 투자철학이 확실하다.
창업자인 에드워드 존슨은 1946년 "많은 사람의 성공투자를 돕는다"는 모토를 내걸고 피델리티를 세웠고 이는 지금도 달라지지 않고있다.
운용자산 1조달러,고객수가 1천9백만명에 달하는 피델리티가 프라이빗 뱅킹(PB) 같은 "부유층 전용펀드"를 만들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거액투자자에게 별도의 투자자문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은 어디까지나 생활비를 쪼개 노후를 대비하는 '개미군단'이다.
실제 피델리티의 '간판펀드'인 마젤란펀드의 경우 고객의 60∼70%가 기업연금(401k)이다.
한국 홍콩 등 아시아시장에서 판매하는 펀드의 경우도 최소 가입 금액이 2천5백달러(약 2백92만원)에 불과하다.
적립식 투자자라면 처음엔 1천달러(약 1백17만원)만 넣고 나중에 매달 1백달러(약 11만7천원)씩 적금 붓듯 내면 된다.
투자는 장기 투자가 원칙이다.
짧게는 5년,길게는 10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는 게 대부분이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처음 1~2년만 놓고 보면 피델리티 펀드의 수익률은 결코 최고라고 할 수 없지만 5년,10년으로 늘어나면 베스트 펀드 자리는 피델리티 펀드가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피델리티의 종목 선정 방법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전통적으로 거시적인 경제지표보다는 종목 발굴에 집중하는 '상향식(bottom-up)'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애널리스트가 종목 하나를 발굴하기 위해 한 회사를 수십번씩 방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피델리티가 증시 상장을 꺼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렛 구딘 피델리티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은 "기업을 공개할 경우 단기 실적에 연연하게 돼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투자에서도 피델리티의 이같은 성향을 읽을 수 있다.
피델리티가 현재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LG전자 금호전기 대한해운 호남석유화학 세코닉스 선진 등 6∼7개로 알려져있다.
이 중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대형주도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조차 생소한 코스닥주식이나 저가주도 포함돼 있다.
종목 발굴을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펀드매니저는 "피델리티가 해당 주식을 샀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에 엄청난 영향을 줄 정도"라며 "피델리티의 종목 선정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전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주용석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