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에서 시작해 설전으로 발전, 끝내 어설픈 봉합으로 마무리.' 이날 회동에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부총리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어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덕담으로 말문을 열자,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열린우리당이 수적 열세에도(불구하고) 많은 일을 처리해 줬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시장개혁'이라는 화두로 얘기가 옮겨지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양측이 표면적으로는 상대의 의견을 수긍하는 화법을 구사했지만 행간에는 예각이 담겨 있었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최우선 과제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이 부총리는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여당측은 개혁과 분배에 무게중심을 두는 뉘앙스를 숨기지 않았다. 김 대표가 빈부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뜻으로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이 부총리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말로 되받기까지 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정세균 의장이 대화 말미에 "결국은 정부와 당의 생각이 같은 셈"이라고 무마했지만 이미 상당한 간격이 확인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