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통합법인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통합출범 후 5년 만에 생산·수출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공장. 20만평의 부지를 활용,중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는 '무주(無柱)공법'으로 지어진 넓은 공간에서 각기 다른 모양의 비행체들을 조립하는 5백여명 직원들이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다. 국방부에 납품할 KF-16의 마지막 1백40대째에 대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공장 한켠에선 한국항공우주가 세계 12번째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골든이글'의 양산제품이 조립되고 있다. "내년 10월부터 정부에 94대를 납품하지만 그보다는 수출을 더 늘리려 계획하고 있습니다."(홍강표 사업관리담당 이사) 한국항공우주는 아랍에미리트 그리스 터키 등에 T-50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멕시코 등 남미국가에는 기본훈련기 'KT-1'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기본훈련기와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곳은 한국항공우주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요즘엔 동남아시아 국가의 군 관계자들이 수시로 사천공장을 찾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세계 28개국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KT-1 2백대,2035년까지 T-50 8백대를 수출해 세계 훈련기 시장의 25∼30%를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는 현재 7억∼8억달러인 매출규모를 30억달러로 높여 세계 50위권에서 글로벌 톱10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김형준 T-50체계종합팀장은 "지난 80년대 초 미국으로부터 엔진을 하청받아 생산을 시작한 지 25년 만에 항공기를 독자설계·개발할 수 있는 기술수준까지 올라섰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된 F-15K 개발을 본격화할 경우 동체인 티타늄 가공기술과 현재 50∼60% 수준인 항공전자·비행제어 부문 기술력도 1백%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항공우주는 남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항공기를 개발하려면 10년여의 기간과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미국의 F-15 및 프랑스 '라팔' 등의 경합에다 국내 정치권의 제동으로 개발착수가 3∼4년 늦어진 상태다. 육군 차세대 헬기사업(KMH),해상 초계기(P3) 사업들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지난 99년 빅딜을 통해 항공통합법인으로 출범한 한국항공우주가 생산 판매 등 사업에선 '순항'을 하고 있지만 연구개발은 '뒷전'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천=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