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3:31
수정2006.04.02 03:34
10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연중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67포인트(7.9%) 급락했다.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10개종목중 9개가 하락했다.
그야말로 '블랙 먼데이'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무도 주식을 사지 않는데 있었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3백10억원을 조금 넘었지만 주가는 48포인트 급락하며 800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외국인이 7천억원어치 이상의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던 지난달 29일과 30일의 낙폭은 26포인트와 12포인트였다.
'사자' 세력의 실종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하루였다.
외국인이 독주하며 일방적으로 쌓아놓은 모래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 블랙 먼데이 =증시 시황판은 이날 온통 시퍼렇게 물들었다.
사실상 투매가 일어나며 종목 구분없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가 장중 50만원이 무너졌고, 국민은행은 3만원대로 추락했다.
거래소 코스닥 할 것 없이 10종목 중 9종목의 주가가 떨어졌다.
오후 2시께 삼성전자가 5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시장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하한가 종목이 속출했고, 매물은 급격히 쌓여갔다.
종합주가지수는 순식간에 771로 전날보다 67포인트 떨어졌다.
장 막판 외국인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은 줄어 들었지만, 시장을 안심시킬 수준은 아니었다.
증시폭락의 원인은 외국인에 있다.
팔자로 돌변한 외국인의 매물공세로 종합주가지수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금리인상 방침, 중국의 투기억제, 사상 최고가격으로 치닫는 유가 등 3대악재가 외국인 매도를 유발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종합주가지수 600대부터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판다고 해도 큰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안보이는 바닥 =전문가들은 시장전망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
세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철저히 외부변수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나 쇼크, 미국 금리인상, 고유가 등 외부요소가 시장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수주체가 사라졌다는 것은 보다 큰 문제다.
그동안 주식을 사들인 유일한 세력인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매수주체는 사라졌다.
개인투자자의 환매에 시달리는 투신권을 비롯한 국내기관은 실탄이 없다.
개인투자자 사이엔 일단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정국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다.
민노당의 원내진입 등에 외국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총선 이후 재계와 노동계, 그리고 정부 간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대립은 오히려 더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계열사 지분제한, 출자규제,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방침으로 아시아증시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한국증시의 내부적 악재도 부각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증시의 수요와 공급이 완전히 무너져 바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