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증시는 무너지는데 개혁 타령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종합주가지수 800선이 무너진 어제 증시는 1987년 미국의 '블랙 먼데이'를 연상케 했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공황적인 분위기에서 하루 사이에 무려 48.06포인트(5.73%) 떨어진 790.68을 기록했다.
경제의 선행지표라는 주가의 대폭락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준다.
물론 이번 주가 폭락은 해외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달중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확산된 탓이다.
미국은 물론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와 우리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경기호조로 인한 주가상승기(불 마켓)에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긴축정책으로 주가가 일시적 조정을 받는 양상이다.
반면 우리는 경기부진으로 인한 자금이탈로 주가가 떨어지는 전형적인 약세장(베어 마켓)의 모습이다.
최근 9일간 서울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무려 2조6천억원에 이른다.
우리 증시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급격한 자금이탈은 생각보다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게 뻔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성장이냐,개혁이냐'라며 시대착오적인 논쟁만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혼선을 빚어내고 있다. 무너지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는커녕 출자총액제한 등 오히려 기업활동을 옥죄는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 논란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우리 경제의 현실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릇된 이념논쟁이 불확실성과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기업의욕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증시는 붕괴되고 경제는 회복불능 상태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상황인식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회복과 증시 활성화를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