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소재로 빠지지 않는것 중 하나가 군사재판이다 "어퓨 굿 맨'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교전수칙)등이 그런 작품들."어퓨 굿 맨'에선 해병 둘이 동료를 죽인 죄로,"교전수칙'에선 현역 대령이 양민을 학살한 죄(교전수칙 위반죄)로 기소된다. "어퓨 굿 맨'의 배경은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폭행치사범으로 몰린 해병 둘은 명령에 따랐을 뿐라고 주장하지만 위에선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뗀다. 변호를 맡은 중위는 조사 끝에 피해자가 매사에 느린 고문관이었고 때문에 당시 부대 안에 "코드 레드'가 발동됐었음을 알아낸다. 코드 레드는 명문규정엔 없는 묵시적 처벌 명령.증거를 들이대는 중위에게 장군은 소리친다. "너같은 애송이가 일선 군부대,총알 쏟아지는 전장이 어떤 건지 알아." 중위는 대꾸한다. "애송이라고 부르지마.너는 지금 체포됐어." "교전수칙'의 피고는 대령.반미시위가 발생한 예맨에서 대사 가족을 구출하던중 무고한 시민을 살상했다는 죄다. 시위대의 공격에 부하들이 쓰러지자 발포했는데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되자 개인의 잘못으로 돌려 사태를 무마시키려는 군당국과 정부에 의해 희생양이 된 것.현장이 기록된 비디오를 없애고 발포 사실만 몰아부치는 검찰을 향해 대령은 소리친다. "부하들이 죽는데 가만 있으라고.그래,내가 쏘라고 했다.어쩔래."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악한 포로 학대 사진이 공개되면서 관련자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된 가운데 포로 학대가 개인보다 군의 조직적 범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화에선 진실이 규명되고 개인이 조직의 폭력을 이겨내지만 현실이 어떨 지는 알 수 없다. 학대의 주역으로 법정에 서게 된 사병들의 고향에선 "명령에 따랐을 뿐일 것"이라고 동정하는 반면 학대 사실을 폭로한 조지프 다비 하사에 대한 눈초리는 곱지 않다고도 한다. 이라크 포로,비인간적 처사를 참을 수 없던 내부 폭로자,명령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잔혹한 짓을 한 병사들 모두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의 제물임에 틀림없다. 사건의 진상이 얼마나 규명되고 누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는 두고봐야겠지만 그런 결과에 상관없이 관련자들이 입은 상처와 보통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진 끔찍한 나체사진의 잔영은 치유하고 지울 것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