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방문, 최근의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경제개혁 추진에 대한 당.정간 입장을 조율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함께 한 이날 회동에서 열린우리당쪽은 '개혁'의 지속적 추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이헌재 부총리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시장 투명성에 관한) 가이드라인 외에 정부가 개별 기업사안에 대해 일일이 개입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하는 등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김대표와 정의장은 특히 열린우리당의 경제개혁노선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에 신경을쓰는 듯한 모습이었고,이 부총리는 열린우리당의 지나친 시장개입 의지에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식으로 제동을 거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다음은 주요 대화내용. △김근태 =이 부총리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도 나타났듯이 국민들에게서는 '생활경제를 살려달라'와 '새로운 성장을 위해 개혁해 달라'는 목소리가나왔다. 어찌보면 상충되는 얘기일 수도 있다. =최근에 와서는 열린우리당의 경제개혁이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그러나 경제개혁이 실종된 것은 아니다.일견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우리가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으로 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기우'에 불과하도록 선제적으로 잘 대응해야 한다. △이헌재 =열린우리당이 늘 노심초사하는 것이 '경제개혁이 실종된 게 아니냐'는 문제인 것 같다.결국 경제개혁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시장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것이다.한편 민생안정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핵심은 아니다.우선 투자가 일어나고 성장이 돼야 가능한 얘기다.기업등이 세금을 내줘야 민생안정을 위한 재원마련이 가능하다. =최근들어 정책수립과정에서 부처간 마찰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그러나 정책수립과정에서 부처간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김근태 =남북관계도 경제논리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더불어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공동체에 대해 노통과 함께 관심이 많다. △이헌재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경제적인 교류 확대는 필요하다.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기본적으로 개방경제를 명백하게 선언하고 이것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ADB등에도 가입하고 그래야 한다.북한이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변해야 한다는 얘기다.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한계가 있다. =한편 소득격차가 커진다는 걱정이 있다.이것도 성장과 연관된 문제다.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나 민생안정정책은 기본적으로 투자가 일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나야 가능하다. =그런데 투자와 일자리부문은 정부보다는 시장의 몫이다.일자리를 늘리는데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단기정책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환경'을 만들어 주는게 중요하다.이를위해 정부와 당이 협력해야 한다. △정세균 =국내 경제가 전체적으로 양극화하고 있다.대기업과 중소기업,정규직과 비정규직,수출과내수 등.이는 IMF 등을 거치면서 본의아니게 생긴 것이다.그런데 이 문제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더욱 심화되고 있다.특히 신용불량자가 3백80만명을 넘어서면서 내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과거에 우리가 취하던 대책만으로는 어려울지도 모를 상황이다. =그리고 일자리는 일부 재벌의 손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현대자동차가미국에서 2위까지 올 라간 것은 경이적이다.그러나 이는 현대자동차보다 중소부품업체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다.최근에 Primary CBO 만기도 돌아오고 해서 중소기업이 어려운데 중소기업 금융지원 등을 늘리고 있는데 시의적절한 것이다. =민생추경을 얘기했었는데 신보나 기술신보 기업은행 등을 통해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이헌재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고용조정을 하고 있고 일자리는 창업.중소기업,서비스업,특히 IT분야 서비스업에서 창출되고 있다.우리도 일자리의 원천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기왕이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이동해야 한다.이런 점에서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은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에 7천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하고 있다.과거 정부주도로 애로사항을 듣는 차원에서 벗어나 갤럽을 통해 현실성있는 얘기를 듣고자 한다.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다. =아직 추경여부는 판단하기에 이르다.하지만 그전이라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신보나 기술신보 등의 보증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최근에 구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정부가 주도적으로 'digital investment'를 하자는 것이다.국가 주요 data-base 구축사업 등을 시행해 청년실업도 해소하고 국가 infra도 구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자 한다.일본의 경우엔 태풍피해에 대한 data-base가 구축돼 있는데 참고할 만하다.정통부 행자부 등과 협의해 검토중이다.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불가피하다면 이런 방향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정세균 =시장개혁과 관련해 정부내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부총리도 시장개혁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과거 IMF때보다 대기업 관행은 상당히 개선됐다.그러나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법이나 제도를 만들지는 않겠지만 투명성 확보되고 개선될 때까지 시장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재경부도 당의 입장을 반영해 개혁의지가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해줬으면 한다.출자총액제도만 봐도 전체 규제의 큰 방향은 규제를 줄이고 개선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럼에도 최근 대기업들이 국민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성토하고 그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헌재 =명심하겠다.그러나 시장개혁은 결국 시장 자율적 규율의 문제다.이게 안되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그 후의 판단은 시장에서 받도록 해야 한다.예를 들어 주가로 반영되든지,금리가 올라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든지.이런 의미에서 외환위기때 일시적으로 실시했던 조치는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근태 =(시장개혁에 대한 의견이 여러 개로 나눠지고 있는 상황인데)무엇보다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다. △이헌재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말이 있다. △정세균 =시장경제를 신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장실패에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시장이 실패할 때까지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완전히 방임.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헌재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는 정부가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결단있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그러나 개별적인 리스크(개별기업의 문제)에는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최근 주가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지금은 이익실현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외국인 순매수는 줄고 있지만 총매수는 줄지 않고있는 것만 봐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주식시장 자체는 조정국면이 불가피하지만 큰 걱정은 없다. =내수는 일부부문에서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소득계층별로는 1백만원이하 저소득층의 소비심리는 조금 개선된 것 같다.다만 3백만원 안팎의 봉급생활자들의 경기전망이 부정적인 것 같다.그리고 돈 많은 고소득층이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를 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