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10일(현지시간)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의 진전을 위해 대폭적인 양보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는 파스칼 라미 EU무역담당 집행위원과 프란츠 피슐러 농업담당 집행위원의공동 명의로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이 상응하는 양허조치를 취할 것을 조건으로 농산물 수출 보조의 전면 철폐 용의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EU측은 이와 함께 농산물 무역을 왜곡하는 국내 보조의 대폭 감축을 제안한다고말했다. 다만 시장접근 분야에서는 우루과이 라운드(UR) 공식과 스위스 공식, 무관세 공식을 절충한 기존의 혼합 관세감축 공식으로 토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측은 역내 수출보조의 전면 철폐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것은 미국과호주, 캐나다 등도 수출신용과 식량원조 등의 형태로 이뤄지는 수출보조에 대해 EU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못박았다. EU측의 이같은 입장은 저개발국에 한해서 이들이 특별한 이해 관계를 가진 품목에 한해서만 보조를 철폐하겠다는 종전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혼합 관세감축공식에 대한 입장은 지난 주말 20개 개도국그룹(G20)이 근본적 결함이 내재돼 있으며 선진국과 개도국의 관세 감축에 불균형이 존재한다며 이를 거부한 데 따른 대답으로 관측된다. EU측은 이와 함께 DDA협상의 또 다른 난제인 가포르 이슈에 대해서도 단순하고신축적인 접근법을 취할 용의가 있다면서 회원국의 총의가 이뤄진 무역원활화만을놓고 우선 협상을 진행하자는 입장도 제시했다. 이는 다시 말해서 투자와 경쟁정책, 정부조달의 투명성등 나머지 3개 과제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한편 EU는 농산물과 비농산물 시장개방(NAMA) 등에서 제3세계 저개발국 그룹인G90이 선진국이나 선진 개도국들의 시장개방 확대를 통한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국내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받지 않도록 특별대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U가 언급한 '선진 개도국'은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등이 포함돼 있어 이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WTO소식통들은 EU가 이 같은 협상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1월 새로운 협상 입장을 닫은 로버트 졸릭 미국 무역대표의 서한과 같이 협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촉매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새로운 제안과 G20의 혼합관세감축 공식 거부는 이번 주말 파리에서 열릴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각료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파리 회의 참가국들이 DDA협상 방향을 놓고 어떤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고 말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