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이 공개되고 미국과 영국이 이같은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국내외 여론의 격렬한 분노와 비난, 정치적 압력이라는 `제2의 전쟁'에 직면하게 됐다. 더구나 군 정보관계자들조차 이라크인 수감자 중 90%가 억울하게 체포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는 사실이 이라크 포로 수용 시설들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의해 밝혀짐으로써 양국 정부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영국 신문들은 10일 바그다드 인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거벗고 양손을머리 뒤로 깍지 낀 채 으르렁대는 개들 앞에서 공포에 질려 웅크리고 있는 이라크인포로들의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이 사진은 처음 미국의 뉴요커 잡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 사진은 지금까지 공개된 학대장면 사진 중 가장 소름끼치는 것 중 하나이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사진들이 앞으로 더 쏟아져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 더구나 영국 정부가 포로 학대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블레어 총리와 훈장관은 사임 압력에 몰리고 있다. 노동당 지도자이자 블레어 총리의 친구인 데이비드 퍼트냄 경은 지난 8일 블레어 총리의 사임을 촉구했다. 그는 ITV 텔레비전에 나와 "총리는 이제 이라크와 동의어가 됐으며 이라크는 앞으로 나쁜 소식만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내가 총리였다면 올여름 의회 휴회 이전에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9일 포로 학대에 관해 공식 사과했지만 ICRC와 국제 앰네스티(AI)로부터 영국 정부 관계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1년 전부터 보고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실을 밝히라는 압력에 짓눌리고 있다. 훈장관은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정당화하는 공식 보고서의 내용에 반론을 제기한 한 국방부 무기 전문가의 자살과 관련해 사임 위기에 몰렸으나 지난 1월 혐의를벗은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포로학대라는 악몽에 시달리게 됐다. 그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이라크내 영국군이 운영하는 교도시설들은 ICRC로부터"상당히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영국군 병사들이 이라크인 포로들을구타하고 포로의 몸 위에 오줌을 누는 사진을 조사한 결과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점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민간인의 사망과 부상, 학대 등에 관한 33건의 사례가 보고됐으며이중 15건은 무혐의로 해결됐고 6건은 조사가 진행중이며 2건은 조사가 거의 완료돼기소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해 이라크 전쟁에 항의해 사임한 로빈 쿡 전 외무장관은 ICRC의 보고서를 전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BBC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모두 워싱턴에서 흘러나온 것이란 사실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정부가 ICRC 보고서를 완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보고서 공개는 ICRC의 소관이며 ICRC가 공개하겠다면 우리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영국 정부가 이미 지난 2월 미국 정부와 동시에 ICRC의 보고서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AI의 한 대변인은 포로 학대 행위에 관한 보고가 이보다 훨씬전부터 있었다면서 "우리는 벌써 1년째 이 문제로 정부측과 일련의 회의와 문서교환을 해 왔다"면서 정부 발표를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내 저항세력들의 거센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포로학대 파문이란 이중의 난관에 처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대선을앞두고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와관련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미국인들에게 살해와 강간 폭로까지도 나올 것에 대비하라고 경고해 포로 학대 파문이 앞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것임을 예고했다. 존 워너 상원 군사위 위원장(공화)은 앞으로 더 많은 사진들이 의원들에게 제출될 예정이지만 당분간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은 사진들을 공개하는 것만이 "우리가 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고 베트남전 포로 출신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도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문이란 꼬리를 물고 터져 마침내 온 국민이 진상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내 저항운동이 계속 격화되는데다 지난 9일 이라크 남부에서 일어난대규모 송유관 폭발로 석유 수출 물량까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첫번째 전선인이라크의 주권이양과 재건사업은 더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런던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