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등 서민주택이 법원 경매시장에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인천 부천 서울 강서구 등 서민주거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선 전체 경매물건 수에서 다세대·연립주택 물건 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했던 이들이 이자도 갚지 못할 형편에 처하면서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경인선 주변 경매대란


다세대·연립주택이 집중적으로 경매되고 있는 곳은 인천 부천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 서남부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선 전체 경매물건 수에서 다세대·연립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75∼79% 수준에 달한다.


다세대·연립주택 경매물건 수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9월 무렵부터다.


인천지역의 경우 지난해 9월 1천7백95건이던 다세대·연립주택 경매물건 수가 10월 2천4백건대로 껑충 뛴 데 이어 올 3월에는 3천건대를 돌파했다.


부천에서도 지난해 9월 4백건대로 올라선 이후 상승세를 지속,올 3월 6백건대에 육박했다.


또 서울 강서구에서는 지난해 11월 1백건대에 들어선 데 이어 12월 4백건대,올 2월 5백건대를 차례로 돌파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 경매 처분되는 물건의 75∼79%를 다세대·연립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다세대·연립주택의 경매물건이 폭증하면서 반값에 낙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매전문 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인천지역 다세대·연립주택의 최근 5개월간 낙찰가율(낙찰가÷최초 감정가)은 52∼59%선에 그치고 있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강남에선 경매처분돼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이들 지역에선 경매 자체가 생존의 문제여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침체가 주 원인


인천 부천 서울 강서구 등지에선 지난 2001년을 전후해 다세대주택 건축 붐이 일었다.


전세 가격이 급등하자 너도나도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했다.


당시 다세대주택 건축업체들은 1천만∼2천만원 정도의 소액만 있어도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면서 서민들을 유혹했다.


나머지 매입대금은 은행 담보대출을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문제는 경제불황이 지속되면서 발생했다.


양철영 국민은행 인천 NPL(부실채권처리)센터 팀장은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인천지역에서 다른 어떤 곳들보다 빠르게 이자 또는 원금 상환 능력을 상실하는 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