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운용액이 1조달러가 넘는 국제 투기세력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비록 세계경제가 미금리인상우려 중국쇼크 고유가의 3대 악재에 직면해 있지만,시장불안의 실제 요인은 헤지펀드와 같은 핫머니의 급격한 시장이탈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세계금융시장이 거의 공황상태에 빠진 것은 투기자본이 시장에서 갑자기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국제자금 동향 조사업체인 AFSR는 규모가 1년 전의 7천4백50억달러에서 1조1천6백억달러로 급증한 헤지펀드가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투기자본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저금리와 달러 약세를 이용,고수익 투자를 꾀해온 투기자본이 고유가와 미국 금리 인상 전망 등 투자환경이 바뀌자 시장에서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증시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증권의 수석투자전략가 데이비스 보워스는 "미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달러화 조달 비용 증가를 우려한 투기자본이 보유 자산을 현금화하자 달러 수요 급증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고,달러가치 상승은 다시 투기자본의 조바심을 불러일으켜 전체 금융시장을 혼란 속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기자본의 보유 자산 현금화 전략으로 지난 1주일새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1백4억달러가 빠져 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외채상환 유예) 사태 이후 최대 유출액이다.


그 결과 신흥시장 채권값이 폭락(수익률 폭등)해 미국채와 신흥시장 채권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가 1주일새 4.5%포인트에서 5.3%포인트로 높아졌다.


그렇다고 신흥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미국 뮤추얼펀드 동향을 추적하는 AMG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미국 뮤추얼펀드에서도 4억7천만달러가 유출됐다.


신흥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미국 증시로 회귀하지 않고 새 투자처를 찾기 위해 단기 금융시장에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