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내우외환에 휩싸이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정부와 여당 또는 정부 부처간의 정책혼선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때마침 어제 열린우리당은 경선을 통해 입법활동과 정책을 이끌어나갈 원내 대표와 정책위원장을 새로 선출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사명은 빈사지경에 이른 경제를 살려내면서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부조리를 시정해 나가는 개혁을 효과적으로 이뤄나가는 것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사실 지금의 경제위기가 열린우리당의 정책기조와 무관치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개혁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능률적으로 수행해 나가느냐는 점이다. 경제문제만 해도 당장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정책의 우선순위와 시기의 완급을 어떻게 조절하고,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책의 조화를 이뤄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경제문제에 대한 언급이나 해법을 들여다 보면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총선후 경제5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티끌만한 의구심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버리고 안심하고 투자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빈말'이 아니길 기대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출자총액제한 등 과도한 기업규제를 강화하려는 공정위의 논리를 옹호하고,입만 열면 개혁을 강조함으로써 기업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세계경제 여건이 호전돼도 성장잠재력의 약화로 이를 활용하지 못해 경쟁대열에서 뒤처지는 상황이 우려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먼저 국회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경제정책에 대한 이념과 기조를 보다 분명하고,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열린우리당이 불신의 진원이라 할수 있는 몇가지 의문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본다. 첫째, 지금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보는가,아니면 일시적 위축으로 보는가. 우리가 판단하기엔 열린우리당이 전적으로 해외요인에 의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가하게 개혁을 강조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계좌추적권 부활 등 기업 옥죄기를 거들고 나설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것은 뒤로 미루고 기업 의욕을 북돋우는데 팔을 걷어붙이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둘째,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경제개혁의 실체는 무엇인가.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 등은 지극히 당연한 개혁의 방향이다. 문제는 기업의 소유구조를 뜯어고치고,기업조직을 바꾸라는 식의 간섭을 개혁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과거의 재벌개혁은 그 나름의 당위성도 없지 않았다.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은 지금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구시대적 사고에 불과하다. 규제강화를 통해 기업을 휘어잡겠다는 관치경제의 향수를 되살리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셋째, 기업의 본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행여 기업은 근로자 복지향상과 이윤의 사회환원 등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윤을 내야 하고 기업확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한다. 그런데 기업들이 이 땅을 떠나고 설비가 뜯겨져 외국으로 팔려나가도 경제는 끄떡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넷째, 일자리 창출의 대안은 무엇인가. 열린우리당이라고 실업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나타나고 있는 정책은 어떤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인기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누차 강조한바 있지만 이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일자리 창출의 근본대책은 투자확대를 통한 성장이다. 그런데 투자의 주체인 기업 옥죄기를 거들고 있어서 제기하는 의문이다. 다섯째, 당과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당이 정부정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듯한 언급이 나오고 있어서 물어보는 것이다. 당 우위로 인해 인기위주의 정책,표를 의식한 정책,그로인해 결과적으로 포퓰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정부와 여당간의 역할과 기능을 좀더 명확히 정립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탄핵문제가 금명간 결말이 날 것으로 예정돼 있어 벌써부터 노무현정부의 집권2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달 말이면 17대 국회가 원구성을 마치고 공식출범한다. 과반의석인 열린우리당의 책임과 의무가 얼마나 막중한지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다. 열린우리당은 경제위기의 본질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