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논의가 연기된 것은 무엇보다 민간부문에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설, 고(高)유가, 중국 쇼크 등으로 가뜩이나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마당에 정부의 비정규직 개선 대책은 결국 민간기업에 악영향을 끼쳐 경영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올해 최대 이슈로 삼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섣불리 내놓을 경우 곧바로 민간기업의 노사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재계는 걱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그 동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해온 상태여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노동계의 반발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대책이 확정되면 민간기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되면 재계도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가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후 정부안을 확정키로 한 것은 재계의 반발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 보자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최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는 지난 5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노동계의 정규직 지상주의는 노동시장 왜곡과 고용시장 악화를 초래할 뿐"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와 연계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발표를 미룬 것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비정규직 논의가 보류된 것은 최근 재계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이를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즉 정부 대책의 골격은 이미 확정됐으나 민간부문에 비쳐지는 모양새를 의식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반대했던 지난 3월24일 관계장관회의 때와는 달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부처간에 공감대를 이미 형성했다"고 말했다.


정병석 노동부 기획관리실장도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선 부처간 합의를 한 상태이나 일부 문구에서 이견을 보여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관계부처간 추가 의견 조율 등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확정,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증시 폭락 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대책을 사실상 확정해 놓고 대통령 탄핵 문제가 정리된 뒤로 발표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비정규직 대책을 확정해야 무게도 실리고 모양새도 난다는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