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차이나쇼크, 미국의 금리 인상 등 트리플 악재가 경제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경제도 트리플 악재의 충격을 받고 있지만,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크다.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확고한 내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해외 변수가 좋아지면 경제가 살아나고, 악재가 돌출하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롤러코스터형' 경제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다. 지난 10일 한국과 대만의 주식시장 움직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만시장에서 외국인은 3천8백35억원어치를 팔았다. 대만 가권지수는 3.5% 떨어졌다. 반면 한국거래소시장에선 불과 3백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종합주가지수는 5.7% 급락했다. 기관투자가가 주가 방어의 한계를 드러내는 등 증시의 자생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얘기다. 정부와 정치권이 외부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또 다른 이유다. 실제 총선은 끝났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무의미한 정책논쟁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경제정책의 큰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 외풍에 좌우되는 취약한 경제 =국내 경제성장률은 연 7~8%대에서 3~4%까지 지나친 진폭을 보여왔다. 외생 변수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등락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무역협회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유가가 5달러 오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55억달러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감소폭은 중국 43억달러, 인도 35억달러, 태국 22억달러, 필리핀 8억달러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축소폭도 0.9%로 인도(0.6%) 중국(0.3%) 등보다 훨씬 크다. LG증권이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4%에서 4.0%로 하향 조정한 것도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게 그 이유다. 외부 변수로 하반기 경제운용이 흔들릴 것이란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시장에만 더 큰 충격을 줄 요인이 아닌데도 한국경제와 시장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확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정호 미래에셋 투자전략팀장은 "거래가 안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게 가장 좋지 않은 신호"라며 "매수세력의 실종은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경제에 대한 외국의 시각은 날로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외평채 10년물(2013년 만기)의 가산금리가 지난달 말 0.73%포인트에서 이날 0.91%포인트로 0.18%포인트 급등한게 이를 말해준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무의미한 논쟁을 벌이면서 대응책 마련은커녕 정책의 방향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확대시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업종의 수출 호조와 외국인자금의 유입에 따른 주가 상승을 펀더멘털의 개선으로 착각했던게 입증되고 있다"며 "거시적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