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뀌는 세상, 기술경영 서둘러야 .. 趙煥益 <사무총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계의 기술은 제비처럼 나는데 우리 기업은 곰의 속도로 쫓아가고 사회 시스템이나 제도는 아예 거북이처럼 기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기술 발전 속도가 지난 수십년의 기술변화 속도를 몇 배 능가하고 있고 앞으로 수년간의 변화 속도는 이보다도 몇 배나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의 융합화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속도는 이제 통제를 벗어났다.
바이러스 증식하듯 갖가지 변종의 제품이 나오고 그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가 사라지는 속도도 소비자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이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현재의 방송형태는 없어지고 통신만 남는다고 한다.
식물과 동물의 게놈은 번역되고 지도가 그려져서 인간복제와 유전자 조작이 실제로 시도될 것이다.
집안 청소와 경비는 지능 로봇이 담당하게 된다.
또 몸속에 극미세 로봇을 집어넣어 혈관을 누비면서 질병을 찾아내고 형상합금 고성능 소재를 이용해 인공근육을 만들어내게 된다.
또한 나노기술을 이용해 현재 중량의 6분의1에 불과하지만 강도가 1백배가 넘는 철근도 만들어진다.
휴대폰은 더 이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아니고 손목시계 형태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옷은 이미 전통적인 의류업체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센서 기술을 보유하는 첨단기술 업체가 만들어 몸의 상태를 측정해 주는 것이 옷의 주기능으로 바뀔 수도 있다.
옷의 단추에 컴퓨터 통신기술이 집적돼 음악방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개인정보를 저장해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필립스가 이러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빌게이츠는 "미래사회에서는 컴퓨터 아닌 것이 없으며 컴퓨터가 따로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기술의 융합은 산업의 융합을 가져오고 산업간 구분이 없어지면서 기업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세계 굴지의 통신회사들이 금융산업에 들어오고 있다.
또 인텔이나 시스코 등 반도체나 첨단 통신장비 제조회사들이 통신 서비스영역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가전업체인 소니가 로봇제조로 탈바꿈을 한다.
청바지 메이커인 리바이스가 옷에 전해지는 태양열을 구동전력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나이키는 디자인, 설계만 하지 신발은 한켤레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이같이 앞으로 제조업은 물론 금융산업도 의료산업도 방송산업도 건축업도 모두 근본적으로 형태가 바뀔 것이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과 나노와 신소재 기술의 위력이다.
더구나 이러한 혁신이 바로 우리의 길모퉁이까지 와 있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선진국 첨단기술기업은 개발이 완성된 기술을 제품화 해 시장에 출시하지 않고 지적소유권만 쌓아놓고 있다고 한다.
즉 확실한 신제품으로 한번에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니면 반도체 설계회사인 퀄컴처럼 천문학적인 로열티 장사만 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기업들은 해외로 나가서 연명하고 이익이 좀 남으면 빚갚아서 부채비율 낮추는데만 급급하고 있다.
또는 기술 완성도가 낮거나 철지난 기술 제품을 성급히 시장에 내놓았다가 참담한 실패를 겪는 경우도 많다.
기업의 운영형태도 기술경영 위주로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걱정만하고 변화는 두려워하고 있다.
더구나 사회적 시스템이나 제도, 정책은 너무나 준비가 안돼있는 듯하다.
지금 이 사회 시스템은 시장을 정태적인 상태로 보아서 모든 규율을 적용하고 있다.
방송이나 금융이나 의료산업 등 모두 영역이 무너지고 있는데 법과 제도는 이에 맞춰 발빠르게 개정되고 있는가!
최근 출자총액제한 제도에서 10대 신성장 동력산업에 예외조치를 해준다고 하는데 그 자체는 진일보된 조치이지만 앞으로 예상할 수 없는 신산업이 계속 등장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독과점의 기준도 이제는 시장의 동태성을 감안해서 경직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교육체계, 산업간 진입장벽 등 과감하게 개선해서 바뀌는 세상에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제 정치 한마당은 끝났고 정말 나는 기술시대에 대비해서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재정비할 때이다.
hecho@kote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