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도 여성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요직으로 부상하는 사례가 점점 늘면서 여풍이 거세지고 있다. 남편의 갑작스런 타계로 그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에 오른 경우부터 해당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된 경우까지 배경은 다양하지만 리더에 오른 여성들은 모두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울트라건설은 지난 2일 갑작스럽게 타계한 강석환 대표이사회장의 후임으로 미망인 박경자 씨를 위촉했다. 박 씨는 한양대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대학 전공은 건설과 관련이 있으며 성신여대 강사, 사회복지법인 한국여성의집 관장 등을 맡으면서 사회활동을 해 왔으나 그동안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건설과 직접적으로는 관련없는 길을 걸어온 박 씨가 경영 전면에 나선것은 고 강 회장의 외아들인 민구(23)씨가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등 자녀들이 당장 회사를 물려받을 입장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대한전선 고문으로 선임된 양귀애(57.여)씨는 지난 3월 18일 별세한 고(故)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부인이자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누이다. 양씨는 고 설 회장의 장남이자 대한전선의 2대 주주인 삼양금속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윤석(23)씨가 회사 경영을 맡기 전까지 오너 일가로서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조정 역할을 맡기 위해 고문직을 맡은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비공식 직함임에도 불구하고 재무.금융.관리 부문을 맡고 있는 임종욱대표이사 부사장, 영업.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김정훈 대표이사 부사장과 함께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나 양 고문에 앞서 남편의 뒤를 이은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현정은 현대 엘리베이터 회장이 있다. 현 회장은 지난해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경영자로 전격 변신했다. 그러나 시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대량 매입,현대그룹 인수를 시도하면서 현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수개월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경영권 분쟁은 지난 3월말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회장측이 완승을 거두면서 일단락됐으며 현회장은 현재 현대아산,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 계열사의 실권을 장악하면서 본격적인 `포스트 MH'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SK텔레콤 임원인사에서 최연소 상무로 승진한 윤송이(28) SK텔레콤 CI(Communication Intelligence) TF(태스크포스)팀장은 해당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핵심요직에 오른 경우다. 천재소녀로 불리는 윤 상무는 서울과학고를 2년만에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 3년6개월만에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 맥킨지사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하던 윤 상무는 지난 2002년 최태원 회장에게 발탁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와이더댄닷컴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현재 SK텔레콤에서 이동통신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는 미래형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을이끌고 있다. 이처럼 여성이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는 의류업계에서도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루이자베카리아의 수석디자이너였던이정민(36)씨를 상무보로 영입했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에서 한국인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수석디자이너를 맡아화제가 됐었고 현재는 제일모직의 이탈리아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면서 유럽 선진 패션국의 문화와 경향, 색상 등을 파악해 국내에 전하는 한편 현지 시장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FnC코오롱의 정보실장을 맡고 있는 김복희 상무와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이승혜이사도 숙녀복이나 골프복 등의 분야에서 디자이너로서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임원으로 영입됐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