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3:38
수정2006.04.02 03:41
수출로 떠받쳐져온 국내 경제가 최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과 고(高)유가, 중국 쇼크 등 외부 악재가 밀려들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외부 충격을 완충시켜줄 내수 기반의 취약성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와 공동으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 수출 외끌이의 경제구조를 내수시장 확대 등으로 고도화시킬 방안을 찾아봤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회로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현오석 무역연구소장, 조국필 ㈜쌍용 사장, 박중구 산업연구원 신성장산업실장 등이 참석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수출의 내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현실 논설위원(사회) =내수 부진 속에서도 수출은 멈출 줄 모르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반기 수출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현오석 소장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등 5대 수출 주력 품목 이외에 경공업 제품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중국의 경기긴축 움직임 등 복병도 있지만 현재 수출구조상 올해 수출은 사상 최대치인 2천2백억달러를 무난히 초과할 전망이다.
조국필 사장 =단기적으로 향후 1∼2년간은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3∼5년 뒤다.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있는 '수출 포트폴리오'가 문제다.
박봉규 실장 =수출 증가율은 다소 낮아지더라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다.
반도체가 힘들면 자동차가 받쳐주는 등 과거와는 달리 수출 주력 품목의 상호 보완성이 높다.
그러나 '반(反)수출 정서'가 확산될까 걱정이다.
수출은 잘되는데 국민 개개인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다보니 별 걱정이 다 든다.
사회 =수출이 내수에 파급효과를 내지 못한 채 '나홀로' 성장을 하고 있는게 문제다.
박중구 실장 =대기업의 수출이 늘고 있는데도 부품 소재 기계류 등 중간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이 요구하는 첨단 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이 충족시키지 못해 해외로부터의 부품ㆍ소재 수입이 늘고 있는 형편이다.
지속 가능한 수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이 절실하다.
박봉규 실장 =수출과 내수 단절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산업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과거 신발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수행했던 내수 진작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의 수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업 설비투자가 우선 뒷받침돼야 한다.
조 사장 =투자 소비 등 뭐 하나 별볼일 없는 상황이라지만 수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지 않나 싶다.
지금은 수출로 고용과 지역경제를 일으켰던 1970∼80년대에 비해 경제 내외적인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사회 =결국 기업 투자로 얘기가 돌아온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기업개혁의 부정적인 단면으로 생각된다.
현 소장 =정부의 사전적(事前的)인 기업 규제는 이제 사후규제로 전환돼야 한다.
경제정책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다.
시간 싸움인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정부 규제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박중구 실장 =수출과 투자는 서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병립관계다.
현재의 수출 호기를 살리기 위해선 출자총액제한 등 인위적인 기업 구조조정의 칼날을 접어야 한다.
박봉규 실장 =외환위기 이후 정착되고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경영이 공격적인 투자를 막고 있는 듯하다.
전문경영과 오너경영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긴 호흡과 시야에서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정리=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