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시작되자 드럼 기타 피아노 트럼펫이 경쾌한 재즈곡 "플라이 미 투더 문(Fly me to the moon)"연주한다. 정면의 스크린에는 신록이 싱그러운 전나무 숲길 영상이 비친다. "돌아보고 바라보는 순례의 길."이라는 자막이 영상 위에 새겨진다.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연건동 정림건축빌딩 지하 2층에서 진행된 나들목사랑의교회(담임목사 김형국)의 3부예배 모습이다. 독립적인 건물 없이 빌딩 지하에 있는 이 교회의 겉모습은 교회라기보다 문화공간에 가깝다. 지하 1층은 카페를 겸한 화랑이고 지하 2층 예배실도 무대와 객석이 있는 소극장이다. 이 교회의 특징은 이런 겉모습에만 있지 않다. 비신자와 초심자들을 위한 배려가 진짜 특징이다. 우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을 '불신자'나 '비신자'라고 하지 않고 '찾는 이'라고 부른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세상,절대자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일요일 세차례 진행되는 주일예배도 '찾는 이와 함께하는 예배'다. 처음 나온 사람이 편안하고 진지하게 삶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길을 알려주되 '찾는 이' 자신의 결정과 판단을 존중하고 기다리기 위해서다. 김형국 목사는 "교회에 처음 나온 '찾는 이'가 주일예배 출석자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귀띔한다. 예배에는 음악과 영상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공연이 가미된다. 신자들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해 매주 다른 내용,다른 장르를 선보인다. 이날 예배에서도 재즈 연주와 영상물 상영이 끝나자 직전 주일예배 후 신자들이 써낸 소감문을 스크린에 소개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또 평생 의술로 사랑을 실천한 장기려 박사(1909∼1995)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보여줄 때는 예배실 전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주제로 한 김 목사의 설교도 통상적인 설교와는 달랐다. 아브라함과 장기려 박사의 삶을 비교하며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인격적인 관계,사랑하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설교라기보다 강의에 가까웠다. 예배 참석자의 대부분이 젊은층인데다 설교 내용을 메모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대학 강의실을 연상케 했다. 나들목사랑의교회가 이처럼 '찾는 이와 함께하는 예배'를 드려온 것은 교회를 개척한 2001년 5월부터다. 김 목사는 "교회가 배타적이고 왜곡된 문화를 갖게 된 것은 성경대로 살지 않기 때문"이라며 "교회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진리를 드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나들목사랑의교회 신자는 현재 가족 회원만 4백67명.주일예배 참석자는 5백명에 이른다. 집(교회 건물)도 없이 강권하지도 않은 채 복음을 전해왔지만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온 결과다. 그래서 이 교회는 3년간의 연건동 생활을 청산하고 다음달부터 대광고 강당으로 예배 장소를 옮긴다. 김 목사는 "대광고로 옮긴 후에도 우리 교회는 무소유 무자산의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www.nadulmok.org,(02)708-8818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