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제정된 '자동차의 날'인 12일.국내 자동차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는 두 가지 행사가 있었다. 오전에는 자동차 품질평가기관인 JD파워의 제임스 D 파워 4세가 현대차를 방문했다. 2004 초기품질조사(IQS)에서 중형차 부문 품질 1위를 차지한 쏘나타의 수상을 축하해주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지난 98년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시장에서 쫓겨날 처지였다. 판매대수도 8만여대.문제는 품질이었다. 현대차는 그러나 99년부터 미국시장에서 품질보증 기간을 '10년,10만마일'로 늘렸다. 세계 유력 메이커들도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위험한 결단'이었다. 물론 각 공장에서는 품질을 제1의 경영모토로 내걸고 뼈를 깎는 혁신 노력을 기울였다. 경쟁 메이커들은 현대차의 '10년,10만마일'이 한낱 마케팅 수단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현대차를 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JD파워는 현대차의 품질이 도요타를 앞섰다고 평가했고 판매대수는 40만대까지 늘었다. 현대차는 JD파워의 상을 받던 장소에서 이날 오후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결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안별 협력은 유지하기로 했다지만 실질적으론 '합의 이혼'이다. 결국 치열해지는 세계 자동차전쟁에서 막강한 전략적 파트너를 잃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들의 표정은 예상외로 밝았다. 오히려 다임러의 인수합병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시장은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녹녹하지 않다. 그러기에 다임러와의 결별은 현대차 사람들의 표현처럼 '호기'이기도 하지만 '위기'일 수도 있다. 현대차의 분발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익원 산업부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