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승역사와 대형 지하상가들이 화재발생시 폐쇄회로(CC) TV가 작동되지 않는 등 여전히 곳곳에 안전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12일 광운대 노삼규 교수(건축공학과)가 지하철 3,7호선 환승역사와 대규모 지하상가가 위치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역 등 지하공간 대형 시설물의 피난안전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나타났다. 노 교수는 이런 내용을 국립방재연구소가 발간하는 계간지 '방재연구지'(봄호)에 발표했다. 보고서는 화재 발생시 가장 중요한 안전설비인 연기 제거시스템이 제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기 제거시스템이 평소 때는 공조시설 겸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화재시 많은 연기를 없애는데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높은 온도와 불에 견딜 수 있는 내열 및 내화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노 교수는 주장했다. 지하 역사를 항상 감시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CCTV가 화재시 상용전원이 꺼지면 작동이 중단되는 점도 해결과제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역무실과 통제상황실에서는 사고현장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설명이다. 비상구 알림 설비도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강장과 대합실, 지하상가 천장에 달린 비상구 유도등 위치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천장의 장애물로 인해 실제 비상구 위치파악까지는 힘들었다. 또 7호선 역사 승강장 피난계단에는 비상조명등이 없고 야간 비상전원 점검 때 상용전원을 끄고 비상전원으로 비상구 유도등과 비상조명등을 확인했지만 불이 제대로 켜지지 않았다고 노 교수는 보고했다. 방화셔터에 달린 방화문이 한쪽 방향으로만 열리도록 돼 있어 대피시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지하철역사 제연구획은 대합실에만 적용돼 승강장과 열차노선 등 저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상층부로 연기가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크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