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에게는 신기술 개발보다 "베껴서 만들자"는 풍토가 만연돼 있다. 고급인력에 목말라 한다지만 정작 고급인력을 활용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도전 의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위기가 닥치면 강력한 기술을 가진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의 생존은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각 분야를 선도하는 우량기업들의 "틈새기술"들이 쌓이면서 이루어진 것이 기술발전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예고된" 기능발전 대신 숨겨져 있던 1인치의 "틈새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신기술 기업들의 특별한 경쟁력을 들여다본다. -------------------------------------------------------------- 국내 학습서 출판사인 링구아 포럼(대표 김성수 www.lingua-forum.com)이 세계 출판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회사가 만든 영어 토플 책 'Lingua TOEFL INSIDER'가 수많은 교재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각국의 바이어들을 끌어 모은 것.영어권 국가가 포함된 그들은 아예 초등학교용 영어 교재 개발을 의뢰하기도 했다. 토플 종합서인 이 책은 수출을 시작한 지 11개월 만인 작년 12월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온라인서점 아마존닷컴에서 토플부문 인기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월에는 이 회사의 청취연습문제집 역시 아마존닷컴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한국 업체가 토플 교재를 자체 개발한 것도 처음이지만,영어 본고장 미국에 토플 교재를 수출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비 영어권 국가에서 만든 영어교재가 영어권 국가에서 진가를 발휘한 셈이다. 이 같은 히트요인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알찬 내용과 수려한 편집 때문이다. 링구아 포럼은 현재 총 55종의 학습서를 발행,이중 7종의 영어 학습교재를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수출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의 영어교재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인도,태국,대만 등지에 특히 잘 알려져 있다. 캐나다 모 대학의 경우 토플 교재의 80%가 링구아 제품일 정도다. 이 회사는 최근 어린이용 영문법 교재 'Get It Right'가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음에 따라 얼마 전 중학생용 수학책과 '성공하는 영어이름 따로있다'와 같은 일반 도서류를 출간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비 영어권 출판사가 토플 책을 개발해 영어권으로 수출하겠다니까 주위 사람들이 코방귀를 뀌더군요. 하지만 좋은 선생님이 없어도 좋은 학습은 가능해도 좋은 책 없이 좋은 학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소신 하나로 밀어 부쳤습니다. 토플 시험 체제가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바뀔 것에 대비해 미리 교재를 만든 것이 주효했습니다" 전직 영어학원 원장,무역업 사장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김성수 사장은 서라벌 예대 설립자인 고 김세종 박사의 아들이기도 하다. 미국 UCR·워싱턴대 등에서 각각 경제·경영학 석사를 취득,대학원 교수를 겸하고 있는 그가 출판회사를 설립한 것은 2000년.외국인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토플이라면 외국인이 만들어도 미국에 팔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2006년까지 세계시장의 35%를 석권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꿈같은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 나라에서 만든 영어 책을 미국에서 파는 일,그것도 처음에는 꿈이었습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낸 그의 이력을 감안할 때 김 사장의 각오가 허풍만은 아닌 것 같다. (02)3675-0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