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부가 피델 카스트로 정권 종식을 가속화할 목적으로 발표된 미국의 새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쿠바 정부는 대규모 반미(反美) 집회를 개최함과 함께 전군에 경계조치 수위를 높이는 등 전시체제에준하는 비상사태에 돌입했다고 알베르토 곤살레스 온두라스 주재 쿠바 대사가 12일밝혔다.

곤살레스 대사는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정부의자국 침공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우리 국민과 군은 고도의 경계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의 혁명 열기 또한 높다"고 밝혔다.

곤살레스 대사는 또 쿠바 국민은 "레이저 광선 유도 폭탄이나 대공방어 체제를 피하기 위한 저공비행 폭격기"를 포함한 미국의 어떠한 공격에도 맞서 이를 물리칠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쿠바 정부는 14일 쿠바내 미국이익대표부가 위치한 수도 아바나의 유명한 말레콘 해변가 대로에서 대규모 반미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동시에 전 쿠바국민을 대상으로 전시체제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이날 보도했다.

쿠바 정부는 또 지난 10일 성명에서 "근본적인 조치는 모든 국민이 전쟁에 대비한 전술과 기술, 방법, 원칙들을 계속해서 완벽하게 하는 일"이라면서, 지난해 미국주도의 이라크 전쟁 이후 쿠바의 지역 민방위군은 비상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훈련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버지니아주(州) 만한 크기에 1천120만명 인구를 가진 쿠바는 어린이와 노약자를 긴급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또 쿠바 정규군 편입에적절하지 않은 시민들로 민방위군을 편성해 쿠바 전역에 1천400개의 지역 방어망을구축했다.

민방위군은 대공 로켓 발사기로 무장하고 있고, 쿠바 전역에 `쿠바 빈민의 무기'로 자칭하는 지뢰를 매설했다.

쿠바 당국은 침공하는 적을 "베트남보다 더지독한 지옥"의 장으로 장기간 끌어들이는 것이 자신들의 전략이라고 밝힌다.

앞서 지난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쿠바계 미국인의 쿠바내 가족들에 대한현금 송금을 제한하고 동시에 미국과 쿠바간 가족 방문 횟수를 3년에 한차례로 통제하는 조치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오는 송금은 연간 12억달러 규모로 그 동안 쿠바경제를 떠받쳐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어느 때보다 쿠바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것으로 분석된다.

또 부시 대통령의 이번 `카스트로 정권 종식' 계획에는 군 항공기를 이용해 쿠바내 민주주의 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라디오 및 TV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번 미국의 새 계획에 대해 쿠바내 반체제 인사들도 일제히 비난 성명을 발표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체제 그룹 `인권과 국민화해를 위한 전국 위원회'의 엘리사르도 산체스 산타크루스 위원장은 미국의 새 조치가 "명백히 (외국에서) 간섭하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고 완전히 비생산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좌익 사회비평가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미국 정부의 대(對)쿠바 압박 발언과 관련해 이라크 점령의 실패로 새 표적이 필요해서 나왔다며 미국 정부를 비난 했다고 멕시코의 진보성향 일간지 라 호르나다가 최근 보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