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감독들이 영화 제작사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흥행작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최근 필모아필름을 설립,창립작으로 흡혈귀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폰"의 안병기 감독은 에이포스트픽쳐스를 차리고 창립작 "분신사바"를 촬영중이며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도 가문시네마를 최근 만들었다. 이에 앞서 윤제균 감독은 두사부필름을 설립해 "색즉시공"과 "낭만자객"을 제작했고,김기덕 감독은 김기덕필름을 창립해 "사마리아"를 제작했다. 또 '묻지마 패밀리'의 장진(필름있수다)'친구'의 곽경택(진인사필름)'접속'의 장윤현(씨앤필름)감독도 각각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감독들이 제작사를 설립하는 것은 제작자의 간섭 없이 자신의 취향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데다 흥행 수익의 30~40%를 챙길 수 있기 때문.흥행 대작을 몇 편 제작해낼 경우 강우석,강제규 감독처럼 제작팀을 거느린 파워집단을 형성할 수 있다. 국내 감독들은 50대가 되면 연출 제의를 거의 받지 못하는 등 생명이 짧은 것도 영화제작사를 차리는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감독이 제작을 겸할 경우 감독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연출팀에 대해 제작팀이 적절하게 견제할 때 양질의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흥행 감독들이 제작사를 차린 이후 연출을 못하거나 흥행작을 못 내는 경우도 많다. 장윤현 감독은 제작사를 설립,'텔미썸딩'을 만든 이후 4년동안 연출을 하지 못했고 장진 감독은 '화성으로 간 사나이' 등을 제작했지만 손실을 입었다.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은 다다필름을 차려 '비밀'을 만들었으나 실패한 뒤 회사를 접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